- 바젤III 영향 '급락'…커버드본드는 난색
[뉴스핌=한기진 기자] 2012년 뜨거웠던 후순위채권 시장이 지난 26일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이날 하나은행의 발행(3000억원 규모)을 끝으로 올해 은행권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내달 NH농협지주가 5000억원씩 1조원 규모가 남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인 금리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낮아 열기가 식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지속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BIS자기자본비율이 떨어져 자본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다.
◆ 내년 자본시장개정법 재통과 기다리기만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쏟아진 후순위채권 규모는 약 10조원(지난해 5조 4000억원)으로, 물량이 넘쳐나 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 3월 신한은행 후순위채(10년 만기)가 국채 10년 물보다 75bp 가산된 금리로 발행된 이후 스프레드(국고채와 후순위채 금리차이)는 축소됐다. 투자자입장에서 수익률도 같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던 것이 9월초 외환은행이 33bp 가산된 금리로 발행된 것을 저점으로 찍고 오르더니 현재 43~45bp까지 올랐다. 은행들이 4분기 들어 집중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결과다.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발행하고 싶었지만 투자자는 한정돼 있고 발행물량은 많아져 생긴 당연한 시장논리다.
자본으로 인정됐던 후순위채가 유독 올해 많이 발행됐던 이유는, 내년 바젤III 시행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이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자기자본으로 100% 인정받지만 만기 5년 미만이면 매년 20%씩 자기자본에서 제외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은행들은 만기가 긴 후순위채를 발행해 왔다.
바젤III는 후순위채권이 자본(보완자본 Tier2)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건부자본' 규제를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조건으로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시에 후순위채가 자본(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될 수 있다"는 점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부실화되면 후순위채는 보통주로 전환되고, 감자로 반토막이 나거나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조건 때문에 은행들은 내년부터 후순위채 발행금리가 오를 것을 걱정한다. 후순위채의 위험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아야 투자할 것이고 그렇다 보면 조달비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런 부담을 안고서도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에 후순위채의 조건부자본 규제 근거를 담아 시행령을 개정하려 했지만,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근거법이 없이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채가 된다.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금 확충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 금융당국, 커버드본드 권하지만 은행들은 저금리시장에서 매력 낮아
은행들은 손을 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로 고정금리 장기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꺼낸 커버드본드를 후순위채 대용으로도 사용하길 바라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높은 신용도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검토에 들어간 은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반응이 신통치 않다.
현재의 신용등급이 대부분 AAA급으로 높은 수준이고 커버드본드를 국내에서 다 팔기 어려워 해외에서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 채권시장이 저금리여서 담보까지 제공하며 발행하는 게 수월할지 의문”이라면서 “당국이 적극 유도하는 방법 외에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