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문제 해결 가능성 주목…정치적 합의 이뤄져야
[뉴스핌=배군득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자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임시 예산안이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는 정부부채 한도 소진 등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공화당 입김이 강한 의회가 행정부와 타협에 불응하면서 재정 문제 해결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언론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전에 우려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선 이전에도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화당 후보인 롬니가 당선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화당이 다시 하원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파티(Tea Party)로 불리는 공화당 내의 강경세력들도 협상의 난관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미국 국채 금리 및 주가지수는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이 이탈하는 한편,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는 증가한 결과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도 재정 절벽에 대한 우려는 높다.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CEO협의회에서 참가자 73%는 가장 큰 근심거리로 재정절벽을 꼽았다.
유럽위기라고 답한 비율이 12%에 그 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절벽이라는 이슈가 미국 경제 전반을 얼마나 짓누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절벽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요인은 불확실성이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 이다(Nothing is certain but Uncertainty)’ 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언급될 정도다.
재정 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실제로 감축되는 재정적자 규모나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데, 그 견해들 간 격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재정절벽 충격을 다소 완화한 ‘재정비탈(fiscal slope)’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미국 재정건전화를 둘러싼 혼란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급격한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 을 시행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부시감세(Bush Tax Cuts) 연장, 장기 실업수당 등 시한 연장, 사회보장세율 인하 등이 있었다.
이러한 재정확대 조치들은 일단 미국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내 곧 과도한 재정적자 및 그로 인한 정부부채 누증 문제를 발생시켰다.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요소는 합리적인 수준의 타협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합의가 불발 돼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는 경우에도 실물경제에 큰 하강압력을 주겠지만, 재정감축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경우 역시 부채문제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재정절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향후 경제를 판가름 지을 정치적 합의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