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내년 신생 헤지펀드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의 대규모 감원 사태에 일자리를 잃은 금융맨들이 너도나도 헤지펀드 창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간판을 올린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금 모집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막다른 길에 몰린 월가의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은 달리 차선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월가 IB의 감원 이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와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 이른바 프랍 트레이딩을 포함해 리스크가 높은 거래를 금지해 관련 전문가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JP모간과 씨티그룹, 노무라 등 주요 은행의 간판급 트레이더들이 직장을 떠나 헤지펀드 창업에 나섰고, 이밖에 다수의 프랍 트레이더들이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도이체방크의 프랍 비즈니스 책임자였던 안토인 코너트는 업계를 떠난 뒤 신용 거래에 초점을 두는 헤지펀드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대니얼 카플란 유럽 헤드는 “주요 은행들이 고위험 트레이딩을 중심으로 사업 부문을 철수하고 관련 직원들을 감원하고 있어 신생 헤지펀드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용 부문에 초점을 둔 헤지펀드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이들 헤지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린 데다 주식 트레이딩에 주력할 경우 대형 헤지펀드 및 머니매니저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앞다퉈 헤지펀드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대체로 저조했고, 대규모 기관의 투자 자금은 대형 헤지펀드로 몰리기 때문에 신생 헤지펀드가 간판을 올리고 생존하는 문제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골드만 삭스의 수석 프랍 트레이더가 2년 전 창업한 에도마 파트너스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2년간 수익률이 부진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잇달아 등을 돌려 더 이상 펀드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