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세력 대표하는 존재감 부각 효과
[뉴스핌=노희준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측 돈살포' 주장을 한 박 후보측 인사를 검찰에 고소·고발한 데 이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
안 후보측이 '이기는 단일화'를 단일화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선점하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측은 현재 대(對)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나 새누리당에 대한 공세가 지나칠 경우 안 후보가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간담회에서 "사실상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 낸 가짜라고 밖에는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실제로 실천 의지가 있는가로 들어가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최근 들어 나타난다"며 "예를 들면 새누리당 내에서도 아직도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을 두고 박 후보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안 후보는 또한 "최근 재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자율적인 해결 방침을 밝히면서 (경제민주화가) 외려 후퇴하고 흔들리고 있는 부분이 저도 중소기업인의 입장으로 굉장히 걱정스러운 장면"이라고 맹공했다. 지난 8일 박 후보가 경제5단체장들을 만나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라고 언급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안 후보는 "거창하게 의제를 선점했다는 정치 공학적인 발상으로 경제민주화를 사용하면 안 된다. 결국은 재벌의 편에 섬으로써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만 저는 국민을 민는다. 국민은 진짜와 가짜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현명한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가짜', 자신의 경제민주화는 '진짜'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의 이러한 맹공은 단일화 방식 협의가 시작된 가운데 안 후보측이 단일화 원칙으로 '이기는 단일화'를 강조하는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본선에서 결국 박 후보를 무너트릴 수 있는 자신을 부각, 박 후보('가짜')에 대한 자신('진짜')의 '선명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안 후보는 이날 같은 자리에서 "단일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안 후보는 부산대 강연에서도 "본선에서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 그런 관점이다. 그래야 세상들이 바뀔 수 있으니까"라고 힘줘 말했다.
동시에 정치쇄신도 중요하지만, 선거 기간이 다가올수록 보다 간명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는 점에서 단일화 대전을 앞두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은 '집토끼'를 단단히 결속시키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박근혜 저격수'로 자리매김하려는 안 후보의 움직임은 최근 새누리당에 대한 안 후보측의 공세 수위가 부쩍 높아진 것에서도 그 전조를 찾을 수 있다.
전날 안 후보측이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풀었다고 주장한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과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정우택 최고위원을 안 후보측은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동시에 새누리당이 '내곡동 특별검사 수사기관 연장 철회'를 촉구하자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 대통령 선거의 판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뻔뻔스럽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도 되냐"며 맹비난한 바 있다.
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나 참모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쟁력'을 계속 강조해왔다. 그것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방법"이라며 "박 후보에 대해 분명히 각을 세우고 존재감을 세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안 후보가) 워낙 포지티브한 행보만 해오다가 네거티브한 발언을 하니 양면이 있는 것 같다"며 "옛날 정치인이 하던 것 그대로 하는 것 아니냐는 평도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비판세력을 대표하는 존재감을 만드는 데 일정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팩트에 근거해서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위해 반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게 받아들여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