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상공회의소 초청 <한국경제의 현황과 정책방향> 강연
[뉴스핌=이기석 기자] 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차기 정부가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실탄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정부 임기 말에 과도하게 경기부양 등에 실탄을 낭비할 경우 일본처럼 빚만 지고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또 최근 원화 강세는 경상수지 흑자, 특히 서비스 수지까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는 일종의 당뇨병과 같은 것이지만 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위험은 낮다고 말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재완 장관은 이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의 현황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재완 장관은 "정부가 뭘 하느냐, 지금 나서서 어려운 민생을 살려야지 않느냐는 여론이 빗발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임기 말에 실탄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자는 유혹을 내심 받지만 정책여력만 소진하고 효과가 없으면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재정여력이 없거나 제로금리에 근접한 나라가 많아 금융 및 재정정책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특히 박 장관은 "차기 정부가 주관을 가지고 소신껏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재완 장관은 최근의 원화 강세가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폭 증가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로 나타나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쪽에서는 흑자가 작년보다 적지만 서비스 쪽에서 14년 만에 흑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수출은 3분기까지 어렵지만 지난 9월부터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지금 가계부채는 당뇨병처럼 오래된 병이라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하면 치유할 수 있는 만성병"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작년 3분기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해 시스템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며 “가계부채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문에선 "주택거래가 매우 부진하고 가격도 약보합세에 머물러 있다"며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 반면, 물가는 올해 2% 초반대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낙관했다.
고용은 고용률 상승과 실업률 하향안정, 상용직 비중 증가 등 질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면서도, 시간제와 함께 50~60대 위주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박재완 장관은 "중동 지역의 유가는 올해보단 내년에 좀 더 약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란과 시리아 등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아 유가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