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하고 최대주주 바뀌면 매각 '숨통'
[뉴스핌=이강혁 기자] 쌍용건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최대주주인 캠코(38.7%)가 보유지분 매각 방향을 두고 본격적인 시나리오 그리기에 들어갔다.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로부터 쌍용건설 관리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발걸음은 더욱 바쁘다.
쌍용건설의 이번 유증은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간섭을 배제한 투자자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새주인 찾기의 수순과 마찬가지다.
캠코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반환을 위해 이번 유증을 통한 보유지분의 매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쌍용건설 유증이 성공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캠코가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선 쌍용건설은 1500억원 이상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달 28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최종후보군을 선정해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한다.
내달 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2월 이전에 신주 발행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의 이번 유증은 적게는 1500억원, 많게는 2500억원 수준의 자본 마련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외국계 부동산업체와 사모펀드 등 2~3곳이 투자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투자자 찾기는 표면적으로는 쌍용건설의 이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안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매각을 주관하는 캠코 등 공동매각협의회(총 50.1%)의 결정이자 관리를 받는다. 캠코는 유증 성공을 위해 쌍용건설에 관리단을 파견한 상태다.
쌍용건설 매각작업은 그동안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여의치 않았다. 쌍용건설이 해외 수주에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국내는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킨 상황이다.
쌍용건설의 올해 6월 기준 영업이익률은 -7.1%로, 570여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 캠코와 채권은행 등은 지난 달에만 각각 700억원, 1300억원씩 총 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을 정도다.
때문에 캠코는 이번 유증의 성공이 쌍용건설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브랜드 신뢰를 높이는 최대 변곡점이라고 보고 있다.
최소 증자 규모인 1500억원만 놓고 봐도 현재의 자본(1900억원 수준)은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 부채비율도 700% 수준에서 300%대로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자본이 확충되고 신주 인수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뀌면 그만큼 보유지분 매각작업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단적으로 이번 유증이 성공하면 쌍용건설의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캠코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신주를 인수하는 투자 주체가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되는 셈법이다.
이 경우, 캠코로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정부에 반환해야하는 기금 확보에 가능성을 열게 될 수 있다.
사실 쌍용건설의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캠코는 그동안 공자위에 주식의 현물반환 가능성을 타진해 왔었다. 현물로 반환해 놓고 재위탁 형태로 차후에 다시 매각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공자위는 현물반환에 난색을 표명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다, 이 경우 재매각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금의 현금반환이라는 규정도 한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캠코 입장에서는 이번 유증이 성공하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를 벗어나게 되면 추후 현물반환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공자위에 매각계획을 다시 타진해 볼 수 있는데다, 투자자와의 추가적인 딜을 통해서 보유지분을 일괄매각하는 합의도 시도해 볼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부 지분을 떼어 현금화해 반환하고 나머지는 재위탁 받아 관리하는 방향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은행 등 공동매각협의회 조율이 필요하고, 금융위원회와도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아직은 그림을 그리기 빠른 감이 있다"며 "하지만 공적자금기금에 넘어가 쌍용건설이 국영 건설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번 유증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캠코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