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끝내겠다" 의지, 내부에선 부정적
[뉴스핌=이강혁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작업이 '노조 변수'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제대로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 중이다.
하지만 KAI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와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은 일정대로 매각을 연내 완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지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본입찰은 물론 연내 종결에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KAI 매각작업은 노조의 실사 저지에 막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부터 예비실사에 들어갔지만 실제 실사를 진행한 날짜는 5일이 채 되지 않을 정도다.
KAI 노조원 일부가 서울사무소 등을 봉쇄하면서 실사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
급기야 지난 11월 1일에는 대한항공의 인수 주관을 맡고 있는 Bofa메릴린치가 매각 공동 주관사인 산업은행에 실사중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에 실사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본입찰 등 매각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은 KAI 노조 변수는 있지만 매각 일정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조와도 KAI 사측을 통해서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일정의 변화는 지금으로서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KAI 매각 일정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면서 "일정 연기 등은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와도 회사 측을 통해서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일정대로 오는 27일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완료 목표에 전혀 변함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AI 노조의 실사 저지에 대해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김홍경 KAI 사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해 논 상태다.
매각주관사인 산은도 정책금융공사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변수가 노조인 것도 맞고 조금은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인수를 희망하는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의 인수의지도 여전하고 주체인 정책금융공사의 의지도 강해서 계획대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M&A 과정에서 노조도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보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늘 있는거라 연내 매각완료 목표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KAI 노조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민영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매각이 일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KAI 내부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해외사업 실패 등의 경험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온 입장에선 민영화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며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KAI를 제대로 평가하고 키울 수 있는 회사로 인수되고 싶은 것이 구성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도 "노조가 직접 인수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산은에서는 입찰 참여업체와 접촉을 막고있는 상태"라면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실사 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