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의 시선이 온통 재정절벽 리스크에 쏠렸다. 내년 초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감축에 따른 침체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상황은 유로존 국채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 정도로 부채위기에 따른 실물 경기 타격이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번지면서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뚜렷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경기의 하락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냉각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bp 하락한 1.62%을 기록, 전날에 이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7bp 내린 2.75%에 거래됐다.
5년물 수익률이 4bp 하락했고, 7년물 역시 6bp 떨어지는 등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국 의회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렸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국채 발행에 강한 수요가 몰린 것도 안전자산 투자 수요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재무부는 30년물 국채를 2.82%에 발행,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2.848%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확보했다. 응찰률은 2.77배로 과거 10회 평균치인 2.59배를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리야 미스라 국채 전략 헤드는 “국채 발행에 대규모 ‘사자’가 몰린 것은 안전자산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며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특히 장기물 국채 수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6bp 상승한 5.85%에 거래됐다. 스페인이 구제금융 요청을 더 늦출 경우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 역시 11bp 오른 5.02%를 나타냈다. 반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 내린 1.36%에 거래됐다. 2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 0.033%를 나타냈다.
이날 스페인과 독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19bp 오른 450bp를 기록, 4주간 최고치로 벌어졌다.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의 파블로 자라고자 전략가는 “스페인의 구제금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며 “스페인 정부가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국채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스페인의 국채 발행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스페인은 47억6000만유로 규모의 3년 만기 국채를 3.66%의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달 발행 금리 3.956%에서 상당폭 떨어진 수치다.
정책자들 사이에 유로존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실물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정책자들은 국채 매입을 위한 준비를 갖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존이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내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집행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