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체질 전환 위해 투자 가능성 충분
[뉴스핌=이강혁 기자] "유진그룹은 인수합병(M&A)시장에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대기조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봐도 곧 무언가 움직임은 보이겠죠."
국내 IB 관계자는 유진그룹의 잇따른 실탄 마련 행보를 두고 이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당장 인수 주체로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개선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신사업 구상과 맞물려 바이사이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이마트 매각에 이어 시멘트 사업 정리를 본격화하고 있는 유진그룹. 8000억원 가까이 마련된 실탄으로 새로운 사냥감 찾기에 나설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매각(6556억원)에 이어 지난 5일에는 계열 광양 시멘트공장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지난 7월 전남 시멘트공장 매각(160억원)에 이은 두번째 시멘트사업 정리작업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내년 1월에 받게될 자금은 총 885억원이다.
이와 맞물려 유진투자증권도 CJ헬로비전 주식 217만9140주를 6일 처분했다. 총 348억6624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자산매각을 통해 유진그룹이 최근 확보한 실탄은 8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진그룹에서는 아직까지 이 자금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서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 증대가 잇따른 자산매각의 목적이라지만 그룹 차원의 중심 사업을 털어내는 것은 새로운 경영적 선택으로 이어지기 충분해 보이는 대목이다.
하이마트 매각이나 시멘트 사업의 잇단 매각은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 신사업을 찾고 시장의 매물을 기웃거리기에 상당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마트의 경우 유진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상당한 비중을 가진 알짜 기업이었지만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매각 절차를 밟았다. 주력 사업이던 레미콘, 시멘트도 건설 불황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10개사에 불과하고,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도 4개나 된다.
관련업계에서 유진그룹을 잠재적 M&A 인수 주체로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구나 유진그룹에게 있어서 M&A는 그야말로 성장동력이었다.
단적으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M&A를 통해 유진을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올려놨던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2006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시작으로 2007년 택배업체 로젠, 한국통운, 한국GW운수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공격적인 M&A를 선보인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일부 M&A 자문사들이 로펌업계와 손을 잡고 유진그룹과의 발빠른 유대감 형성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문제를 두고 컨설팅을 시작했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부담에 수년간 시달렸던 것을 고려하면 내실다지기와 함께 빠른 시간 내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냐"며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요구를 감안할때 M&A를 위한 빠른 행보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유진그룹 측도 이런 분위기를 굳이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과 달리 성급하기 보다는 꼼꼼하게 준비하고, 그 시기 또한 철저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내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올해 안에 급하게 가시적인 움직임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유진기업의 부채비율이 잇단 자산매각으로 10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여서 새로운 투자나 M&A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기 등은 문제"라면서 "민감한 대외 상황 흐름을 정확하게 보고 성급하기 보다는 꼼꼼히 준비해서 움직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