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이하 협력센터)는 강남 앰배서더호텔에서 '차기정부의 대·중소기업 협력정책,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란 주제로 '제3회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 포럼'을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상생협력연구회, 한국중소기업학회, 한국경영학회(동반성장연구포럼)가 공동개최한 포럼에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무역 2조 달러시대에 조기 진입하려면 제조강국에서 기술강국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도 글로벌 경쟁패러다임에 맞게 기술력을 갖춘 수출형 혁신기업으로 변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 생태계 이대로 괜찮은가'란 발제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80~90년대 싼 가격으로 범용제품을 만들어 팔던 수준에 머물러 중국·베트남 등 원가경쟁력이 높은 신흥국의 부상 이후에는 이들 국가의 기업들에게 범용제품의 시장을 빼앗기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 청도에 진출한 5000여개 한국 중소기업들 가운데 R&D 기술력을 갖춘 500여개를 제외한 4500개 정도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며 "실제로 최근 3년간 청도 현지의 인건비가 55% 가까이 오르자 이들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싸게 파는 종전방식으로는 미래의 기업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차기정부는 금융지원 등을 통해 한계기업을 정상화시키는 80년대 성공방식인 요소투입형 정책보다는 유망 중소기업의 R&D 개발을 촉진하여 혁신형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이들 기업이 수출 확대를 통해 스스로 수익성을 높이고, 다시 기술개발을 위한 재투자로 연결되어 기업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선순환적 기업생태계 조성에 역점을 둬야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3400개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R&D 투자가 활발한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특허등록수가 3배 많고, 특허등록이 많은 기업이 적은 기업보다 수출비중이 1.5배 높으며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1.5배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한국형 동반성장의 넥스트 패러다임'이란 발제에서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문제는 현재 성과를 두고 갈등하는 네거티브적 방식 보다 미래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적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에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이므로 대‧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놓고 갈등하면 둘 중 하나는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소기업이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게 되면, 양측 모두 더 높은 가격을 책정 받고, 소비자도 만족하여 윈-윈-윈(win-win-win)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익을 보면 상대방은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는 몽테뉴적 오류에서 벗어나 포지티브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대기업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분을 시장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중소기업은 원가절감 능력과 품질, 기술 수준 등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의 파트너로서 적합한 역량을 갖추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대‧중소기업을 후방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정책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정책은 하도급 공정거래질서 구축이 중심이 되면서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돕는 효과가 있지만, 협력사의 절반가량인 기술력 중심의 유망 중소기업들이 정책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여 강소기업으로 키워내고, 수출을 촉진하여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한편, 이날 '제3회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 포럼'에는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 등 학계인사와 대기업과 협력사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곽수근 서울대 교수가 토론 좌장을 맡고,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본부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차기정부의 바람직한 대‧중소기업간 협력정책의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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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