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그룹(기업)들이 1020세대의 젊은 층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자산이며 기업의 잠재 고객, 회사의 예비 동량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사회적 기여활동이다. 소통의 가치도 다양하다. 그 채널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한다. 토크콘서트, 사내 좌담회, 오너 강연회, 아이디어 공모전, 소외계층 지원 등 기업은 스스로 '젊어지기 위해' 젊음과 체온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모범적 젊음 소통 현장을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 현대차 등 재계 주요 그룹들이 1020세대의 젊은 층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자, 대중과의 소통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젊은 층과의 소통을 부쩍 강화하는 데는 기존의 권위적이고 딱딱한 경영문화로는 시대에 맞는 변화가 힘들다는 위기의식도 하나의 이유다. 젊은 층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역량을 흡수하고 여기에 맞춰 회사를 더욱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높다.
기업들은 젊은 층과의 소통을 통해 친밀감 제고는 물론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적잖은 소득을 얻고 있다.
◆ 삼성, 젊은 층과 진정성 담은 소통 늘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열정樂서(열정락서)'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열정락서는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로, 오는 23일이면 '시즌3'가 시작된다.
삼성이 열정락서를 시작한 것은 대학생들에게 희망과 열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환경, 문화 다양성의 시대에 기업이 더이상 일방적인 홍보식 메시지로 20대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향후 삼성의 인재풀을 위한 출발이자, 삼성에 대한 친말감 형성은 가장 큰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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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열정락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
이런 맥락에서 삼성의 대표 최고경영자(CEO)들도 열정락서 참여에 적극적이다.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청년 시절과 삼성에 입사한 이후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지방의 소도시까지 발품을 팔면서 삼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열정락서는 지난해 '시즌1'에 2만여 명, 올해 상반기 시즌2에는 5만명 가까운 대학생들이 참가해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삼성은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명제를 내걸로 청소년들의 교육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교육복지 사업을 대표 사회공헌사업으로 정해 육성하고 있는 것. 초등학생 공부방(희망네트워크), 고등학생 대상의 열린 장학금 사업, 저소득층 중학생 상대의 방과후 교실인 '드림클래스'를 운영중이다.
삼성의 젊음 소통 노력은 열린 인재채용 방식에서도 엿보인다. 삼성의 인재상인 창의와 열정, 소통의 가치창조인(人)에 맞춰 획일화된 스팩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 발전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보며 인재를 발굴한다.
삼성 관계자는 "업무의 열정과 공동체 의식,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업무에 책임감과 프로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을 제일의 인재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단적으로, 삼성에는 대졸신입사원 공채라는 명칭이 없다. 대신 3급 공채라는 용어를 쓴다. 입사지원서에는 학력을 기재하지도 않는다. 자격증이나 어학연수 기록도 요구하지 않는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인성 면접이 입사지원자들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관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에세이에서 "천문학적인 교육비가 기껏 어느 대학출신이라는 학벌 따기에 쓰이는 현실은 기업이나 사회에 불행한 일"이라며 "소위 지방대나 비일류대를 나왔거나 고등학교까지만 나온 임원들을 자주 접하지만 그들에게서 어떤 문제점도 보질 못했다"고 했다.
학벌에 따라 미리 차별을 둔다면 그 사람의 숨은 능력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묻어버리는 꼴이라는 게 이 회장의 강조점이다. 삼성이 젊은 인재들과 소통하고, 획일화된 채용 방식을 탈피한 결정적인 이유이다.
◆ 현대차, 소통 위해서라면..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현대차그룹도 젊은 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중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인재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많다. 대표적인 것만 5~6개나 된다. 특히 호응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해피무브 글로벌청년봉사단'이다. 2008년 7월 창설된 민간 최대규모 봉사단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글로벌 청년인재 양성을 통한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청년봉사단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대학생 500명씩 총 1000명 규모의 봉사단을 중국, 인도, 브라질, 터키, 슬로바키아 등 세계 각지에 파견해, 지역복지, 의료, 환경, 요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외봉사 후에도 국내에서 다문화가정 멘토링, 이주노동자 시설 정기봉사, 빈곤퇴치 캠페인, 헌혈 캠페인 등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자원봉사활동을 펼친다. 지금까지 인도, 중국, 브라질, 터키 등 15개국에서 4500여명의 청년들이 문화교류 및 봉사활동에 참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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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영현대 글로벌 대학생 기자단`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와 함께, 영(young)현대 커뮤니티는 현대차가 젊은 층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창구다. 영현대는 국내외 대학생 기자단이 들려주는 신선하고 유쾌한 글로벌 소식과 해외탐방 프로그램 B.G.F(Be Global Friends) 등 대학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집결돼 있는 현대차 공식 대학생 커뮤니티다.
영현대 기자단이 주축이 되는 영현대 커뮤니티는 현대차의 주요 활동 및 이미지를 젊은 대학생의 눈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 젊은이들의 열정이 함께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학생 전문 인기사이트로 자리잡았다.
기아차의 글로벌 워크캠프도 젊은 층의 호응이 크다. 글로벌 워크캠프는 전 세계에서 선발된 청년들이 10~20명 규모로 모여 파견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환경보호, 유적발굴, 지역축제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아차는 2006년부터 국내의 대학(원)생들을 위해 글로벌 워크캠프를 주최해왔다.
이런 활동은 결국 현대차의 인재상과 연결된다. 도전과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가 현대차의 인재상이다. '열린 마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람'의 인재상은 이같은 소통을 통해 형성되는 셈이다.
◆ 직원부터 대중까지..적극적인 소통 나선 최고경영자들
두산그룹은 요즘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문구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따뜻한 이미지는 물론 조직원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기업문화를 인식시키고 있다. 이는 박용만 두산 회장의 인재관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박 회장은 평소, "냉혹한 평가의 눈으로만 보면 조직의 성과는 높아질 수 없다"며 "구성원들이 어떤 성과를 내는가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업을 성장시키고, 사업의 성장을 통해 사람의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박용만 회장은 이런 맥락에서 소통경영을 중요시 한다. 단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직원은 물론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수년째 각 대학을 직접 돌아다니며 두산의 인재론을 강하는 일도 빼먹지 않고 있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의 젊은 직원들과의 남다른 소통도 눈길을 끈다. 방 대표는 매달 두차례 직원과 아침식사를 하는 '굿모닝 CEO'라는 조찬모임을 직접 만들어서 운영중이다. 직원 15명 정도와 돌아가며 업무 얘기부터 각종 건의까지 접수하는 자리다.
대표보다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것이 방 대표의 생각이다. 이 외에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익명게시판 등으로 내부 젊은 직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직원들과 직접 살을 맞대며 함께 식사를 하거나 노조와 고궁을 거닐면서 현안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소통행보로 유명하다. 주유소 사장을 직접 초대해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매주 공장을 내려가 현장 직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과 최고경영자들의 젊은 층 소통은 반기업 정서를 순화시켜 친밀감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이익창출 이외에 어떤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는지 인식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된다"면서 "소통의 채널을 늘리고 인재를 영입하는 일에 다양한 방법들로 젊은 층의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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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