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질 사람 없어...당국도 속으로만 끙끙"
[뉴스핌=홍승훈 기자] 금융당국내 명확한 조율이 없자 은행연합회는 지난주 10여명 남짓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모았다.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된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자리에서 이렇다할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임원이나 부서장도 아닌 차과장급 실무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18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니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프리워크아웃 개념으로 접근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지난주 한차례 은행 실무 차과장급 중심으로 모임을 가졌다"며 "다만 최근 대책을 내놓은 우리나 신한은행 방식은 아니며 아주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공감대 정도"였다고 전해왔다.
즉 금융당국의 자산건전성 분류나 충당금 설정기준 등을 감안해 은행들이 이자수수료 및 연체자에 대한 상환기간의 적정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 지 등에 대한 느슨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될 듯하다.
향후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 은행들이 이처럼 수동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것은 감독당국내 이견과 무관치 않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하우스푸어 문제를 공론화해 괜한 위기를 자초할까 부담스러워하는 금융위원회의 입장 때문에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업계내 공동안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우스푸어대책에 대해 금감원은 실제 은행들을 관리하고 자주 접촉하다보니 향후 우려에 대해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고, 금융위는 도덕적해이뿐 아니라 괜히 일을 키워 위기자초를 할 수 있으니 내부적으로 준비만 하자는 것으로 본질은 같다"며 "다만 입장이 조금 다르다보니 금감원이 은행들과 적극 일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최근 국정감사 자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해결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재정투입 대상이 아니며 이는 투자자 책임"이라며 정치권의 대책마련 요구에 일정 선을 그은 반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은행의 주택 매입(혹은 신탁)후 임대' 방안 등 은행권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이견을 보인 바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정치 시즌이라 금융위나 기재위 관료들로선 누가 이 문제를 수술을 할 지, 어떤 방법으로 풀어갈 지도 판단하기 어렵고 총떼를 맬 관료도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그럴듯한 방법이 있더라도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아 속으로만 끙끙대는 형국인데 이러다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는 개별은행 차원에서 제각각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며 "부동산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일정 지역에서 나무를 자르고 물을 준비해 기다리는 산불진압시의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역시 하우스푸어 대책의 강도를 떠나 금융당국의 방침이 분명해져야 공동대응을 하든 대책을 마련하든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 때문인지 10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우스푸어 대상자들 역시 지금으로선 향후 추가대책에 대한 기대감만 높이고 있다.
은행권 여신담당자는 "하우스푸어 개념이 다소 애매한 부분이긴 하지만 상당수 연체자들이 최근 은행이 내놓는 대책에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는 것 같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정부의 보다 확실한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