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여론전 강화...무작정 기업잡기 경계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화두만으로도 고민이 깊은데 노동계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으니 대기업 수난시대가 따로 없네요."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요즘의 국내 경영현안의 한 부분을 이렇게 바라봤다. 국내외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데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은 물론 노동계까지 잇따라 각종 현안을 이슈화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특히, "각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현안이 사회적 이슈와 만나 정치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감을 높였다.
대기업들이 불리한 여론 형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8일 재계 주요 그룹에 따르면 최근 대선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에게 행여나 밉보여 차기 정권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은 물론 그 발언과 행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들과 겪은 6년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태도 변화가 '안철수 효과'라고 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인 한혜경씨를 만난 것이 적극적인 대화 시도의 계기가 됐다는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는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 것처럼, 기업도 생산성 향상에만 투자하기보다 노동자와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삼성전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7일 해직노동자 복직을 발표한 한진중공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된 노동자 93명을 1년8개월만에 복직시키기로 했지만 이 배경에는 안 후보가 지난 7월 출판한 저서 '안철수 생각'에서 "정부가 기업 쪽에 기울어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런 사례 때문일까. 최근 대선 국면을 염두한듯한 노동계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비정규직 노조 천의봉 사무국장 등 2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고공농성이 벌어지는 철탑 밑에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다. 이는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현안 중 하나다. 국내 재계서열 2위의 현대차라는 상징성에 더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쌍용차도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 대한문 앞에서 단식 농성이 진행 중이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에서는 정부에 쌍용차에 대한 국정조사 및 정부 사과와 처벌,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계 탄압이 극심했고 참다 참다 정권말 일제히 반발에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민주화 화두로 대기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대선 지지율을 고려한 일방적인 기업잡기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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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