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실적·경기 개선 등 확인돼야
[뉴스핌=문형민 기자] "돌파구가 없다."
약 한달째 코스피가 1970~2010 사이에 갇혀 지지부진한 주식시장이 모멘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발표하자 2000선을 상향 돌하한 후 약 한달째 횡보하고 있다. 이날도 코스피는 지난주말 대비 13.28포인트(0.67%) 내린 1981.89로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채권매입, 미국 QE3 등 잇따른 유동성 확대 정책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유럽재정 위기 및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렇지만 곧이어 불거진 스페인와 그리스의 구제금융 이슈로 인해 유럽 신용지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 8월말 이후 글로벌 증시가 많이 올라 정책효과를 선반영했다는 점도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부진한 장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더 나올 산뜻한 재료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말까지 지금 같은 시장이 이어지고, 내년에나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머리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모멘텀인 기업실적과 경기 호전을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어닝시즌(실적발표기)을 맞아 답보상태"라며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졌기 때문에 실제 이익수준을 확인한 다음에야 투자에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실제 자금 집행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고 경기 심리지표 개선이 확인돼야한다"며 "단기적인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또한 "정책 기대감이 소멸되고,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가 약하다"며 "경기도 호전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힘이 약하고 이에 따라 주가도 횡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연내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실업률이 올들어 매월 0.1%p 내외로 하락하고, 신규 취업자가 월 10만개 내외로 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월평균 0.2~0.3%p 하락하고, 신규 취업자도 월 20만~30만개 증가가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수급 상황도 증시 부진의 이유로 꼽혔다.
외국인은 지난 8월과 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5조10억원, 3조2234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1468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국내 기관투자자 역시 8월 이후 석달째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은 인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시아증시에서 매수를 줄이고 있다.
임노중 팀장은 "외국인 자금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추가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환율로 인해 이탈하는 자금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연기금이 시장을 지킬 파수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8월과 9월 각각 1조629억원, 1조386억원을 순매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올해 자금운용 목표치는 국내 주식비중은 19.3%지만 상당부분 부족한 상태"라며 "연말로 갈수록 조정받을 때마다 연기금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2000선 중심의 지루한 등락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미 관리가능한 사안으로 변모했으므로 유럽의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이슈가 해소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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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