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세카드 '고육책', 특정 업종 및 계층 혜택 논란, 재정수단 고갈 우려
[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발표한 지 두 달여만에 다시 제2차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정부는 10일 ▲ 주택거래 ▲ 소비 ▲ 투자 ▲ 지방경기 활성화 ▲ 사회안전망 강화 등 5개 분야에 걸쳐 올해 4조 6000억원, 그리고 내년 1조 3000억원 등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28일 하반기 8조 5000억원의 재정투자 보강이라는 제1차 경기부양책에 이어 제2차 경기부양책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 요구에 13조원의 재정투자 보강책을 내놓음으로써 통상적인 추경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이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정책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0%로 낮아진 가운데 2/4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0.9%에서 0.4%로 반토막이 났고, 전년동기비 성장률 역시 1/4분기 2.8%에서 다시 2.4%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의 2/4분기 수정치 성장률은 전분기비 0.3%로 이전 잠정치보다 0.1%포인트 낮아졌고, 전년동기비 성장률 역시 2.3%로 0.1%포인트 추가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가계와 기업의 경기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고 있었다. 국제유가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가뭄과 장마, 태풍 등으로 가계와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사진)은 10일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2/4분기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유럽재정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동반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경제활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지금은 위기국면이 상시화, 장기화되는 만큼 긴호흡을 가지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경제심리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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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인 10일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뉴시스) |
◆ 정부 제2차 경기부양책 발표, 근로소득세 '조삼모사', 승용차 가전업체 특혜 논란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말 하반기 8조 5000억원의 재정투자 보강에 이어 ▲ 주택거래 ▲ 소비 ▲ 투자 ▲ 지방경기 활성화 ▲ 사회안전망 강화 등 5개 분야에 걸쳐 올해 4조 6000억원, 그리고 내년 1조 3000억원 등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으로 내놓은 경기부양책은 주택거래 활성화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개선 및 개별소비세 인하를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투자활성화와 지방경기활성화 등의 분야는 당장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50% 감면조치와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5년간 양도차익과세를 100% 감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승용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득세 인하 등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을 10% 가량 인하해 소득 여력을 확대해 주겠다는 조치는 연간 30만원 수준이고 내년에 환급받을 돈을 덜 걷어 미리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어서 ‘조삼모사’(朝三暮四)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같은 주머니에서 미리 당겨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1~8월까지 초과징수분에 대한 환급이 이뤄지는 9월 정도가 소득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9월 이후에는 매월 2만~3만원 정도 더 들어오기 때문에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히 내년 2월까지 연말 정산을 하고 3월에 환급을 받음에 따라 3월중 일시로 늘어나는 소득 증가 효과를 내년보다는 올해 소비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의 소비여력을 줄인다는 점에서 올해 방어용이라는 평가를 넘어서기 어렵다.
승용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는 이전부터 경기침체 시에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는 매입시 3만원 이하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실질 효과는 제한적이다.
특히 최근 가전업계가 기술혁신과 소비자 만족 등을 겨냥하면서 ‘살벌한’ 초대형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혜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여기에 대형 또는 초대형 가전제품을 살 수 있는 소득층이 중상위층한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승용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국내 승용차 시장의 경우 8월중 수출이 20% 이상 급감했고 내수 역시 30% 가량 감소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를 맞고 있어 산업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소비세 인하 조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승용차에 대해서만 개별소비세율을 내려줌에 따라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를 살 수 있는 특정 상위 계층만 혜택을 준다는, 그래서 서민들한테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다.
◆ 재정수단 고갈? 주택 세금감면 고육책, 주택거래 활성화가 관건
이번 조치 중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택거래 활성화 관련 사항이다. 미분양주택을 취득할 경우 5년간 양도차악과세를 전면 감면해 주고, 주택거래를 할 경우 취득세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내용이 사실상 핵심 조치이다.
이번 조치가 전체적으로 감세조치라는 점에서 극단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주택 관련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차익과세 감면 조치는 정부가 세수 감면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택거래세 감면 조치로 ▲ 대기수요자들의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 전세가격 상승으로 주택구입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줌으로써 미분양주택 해소와 주택거래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의 핵심은 주택거래 활성화 조치”라며 “주택거래정상화 대책으로 발표하지 않고 재정지원 강화대책으로 발표했지만 재정수단이 딱히 마땅치 않다보니 불가피하게 세금감면 조치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취득세 비과세와 양도차익세 감면 등으로 주택거래가 20% 이상 증가했던 사례가 있다”며 “유로존 위기로 우리 경제가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하강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에서 거래활성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 정부의 조치로 우리 경제가 반등하는 등 가시적인 성장률 상향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고 직접적인 재정투자 없는 상황에서 개별 소비자들의 지갑이 과연 열릴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번 제2차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4조 6000억원, 내년 1조 3000억원의 재정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성장률 효과는 올해 0.06%포인트, 내년 0.10%포인트 등 0.16%포인트 가량 상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실무총괄한 재정부의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경기회복 속도가 미약하고 여러 가지 지표들도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며 “당초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된다고 얘기는 했는데 그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국장은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8.5조원 플러스 알파를 공개하게 됐다”며 “하반기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하다 보니, 세제 부분까지 포함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국장은 “지난번 8조 5000억원에 이어 이번 4조 6000억원 등 올해만 13조 1000억원의 재정투자는 GDP 대비 1% 수준으로 통상적인 추경, 위기가 아닐 경우 0.5~0.6% 일반적인 추경보다 규모가 크다”면서 “재정수지는 악화될 수 있지만 국가채무에는 영향이 없도록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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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