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회 vs 여전히 비싸다
[뉴스핌=손희정 기자] 1년에 딱 두 번의 기회라는 홍보로 고객잡기에 나선 '해외명품대전'.
경기불황으로 최장기 정기세일에 이어 명품할인전을 실시하고 있지만,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사고 파격가 할인전에도 불구하고 고가에 구매를 외면하는 소비자 등 소비 양극화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 12일 오후 2시쯤 찾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할인 행사장. 이번 행사는 6층과 9층, 10층 등 브랜드별 나눠 각 층에서 따로 행사가 진행됐다.
보통 행사 마지막날에는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곤 하는데 불황의 여파로 인한 탓인지 6층과 9층 행사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르마니,돌체앤가바나 등 50여개 브랜드가 참여, 신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브랜드 제품도 40~70%까지 할인 판매중이다.
특히, 올해는 가을과 겨울 상품을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린 30% 정도로 비중을 높였다.
6층에는 엠포리오아르마니, 프리미엄 데님인 디젤과 로빈슨진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들가 있었고, 10층 행사장에는 중년층에게 인기높은 센죤과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분더샵, 맨온더분 브랜드 제품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진행된 해외명품대전. |
10층 행사장 앞에 진열된 토즈, 지미추 등 구두 제품에 여성 고객들이 눈길만 줄뿐 막상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존 브랜드 마니아들에겐 소위 '득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할인가격에도 불구 쉽사리 구매 결정을 하기 힘든 고가의 상품들이 대다수였기 때문.
물론, 해외명품대전이고 구매 소비층이 다르지만 셔츠 한 장에 40만원대, 패션쇼에서나 입을 법한 재킷이 130만원대. 그것도 40~70% 할인된 가격이라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2시간여 행사장을 둘러보는 동안 소비패턴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제품구매에 몰리는 고객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었다.
제품을 살펴보고 가격부담에 내려놓은 고객들이 많았던 반면, '이 때가 기회다'하고 몇 점씩 구매하는 상류층 고객들의 구매 패턴이 드러났던 것.
6층에 프리미엄 데님이 몰려있던 코너에서 한 여성고객은 "허리 26사이즈 남은 제품이 어떤 것들이 있냐"고 점원에게 물은 뒤, 다양한 색상의 제품들을 모두 찾아달라고 구매의사를 밝혔다.
행사장을 찾은 대학원생 김진형(34·잠원동 거주)씨는 "세일전 백화점 가격으로 청바지 사기는 쉽지 않아 세일한다길래 나와봤다"며 "솔직히 이 가격에서 더 할인해도 될 것 같지만 이 정도 할인이면 만족해 물건 있을때 여러벌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0층 행사장 센죤 브랜드 코너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3명의 중년여성 고객들은 "이 제품은 어떤 시즌에 나왔던 거지? 그동안 못봤던 것 같은데"라며 "이거랑 저것까지 하면 대충 얼만지 계산한번 해주실래요?"라고 점원에게 부탁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할인율 높은 제품에 만족해하며, 서로 시즌별 디자인과 가격을 공유했다. 이에 매장 직원 두 명은 시즌별 상품 스타일과 가격에 대해 자세히 응대했다.
이어 그 고객들은 "사이즈가 많지 않고 이 가격이면 진짜 착하다"며 "한 장 남았으니까 모두 가져가야겠다(웃음)"고 말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제품을 들었다 내려놨다 하던 고객들과 소비패턴이 확연히 드러나는 풍경이었다.
해외명품전을 자주 찾는다는 주부 황지희(41·방학동 거주)씨는 "주말에 비도오고 해서 파주 아울렛 가려다 한 번 들러봤는데 솔직히 이런게 열리면 브랜드 잘 아는 일부 사람들만 횡제하는 기분일 것"이라며 "할인한다고 무작정 왔다가 가격에 놀라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역대 최장기간(6/29~7/29) 세일 중 주요 백화점 명품 판매에서 매출 신장률은 롯데가 전년대비 16.5%에 비해 줄어든 12.4%, 현대 12%, 신세계는 9%로 지난해 18.8%의 절반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백화점들은 보통 1년에 4번의 정기세일을 진행하고, 2월과 8월에 2번의 명품대전을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다른행사때 보다 이번 명품대전에서 상품 물량이 많이 준비됐던 만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에게는 알뜰쇼핑의 기회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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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손희정 기자 (son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