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 강화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글쎄'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근 들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복(BOK, 한국은행)화술'이 눈에 띈다. 복화술이 입을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의미하듯 김 총재도 입을 열어 말을 하는 대신 다른 소통 수단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올해 들어 한은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공개시기 단축, 경제전망 횟수와 외부자료 공개 확대 등을 시행하며 나름의 소통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금통위 의사록 공개 시기를 회의일로부터 약 6주 후에서 약 2주 후로 4주일 단축하기로 했다. 김 총재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통화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의사록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 의사록을 회의일 2주 후에 공개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에 속한다. 일본 중앙은행은 약 1개월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주 후, 영국, 스웨덴, 이스라엘, 호주의 중앙은행은 회의일로부터 2주 후에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금통위 의사록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6월 의사록에서는 정상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판을 받으면서 의사록 발표 시기를 앞당겨 시장과 소통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가 이번 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의 소통’이라는 말을 세 차례나 했다”며 “뭔가 바꾸려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고 전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발표도 종전 보다 1회 늘렸다. 이에 따라 한은 경제전망 횟수는 기존 연간 3회(4, 7, 12월)에서 4회(4, 7, 10, 12월)로 확대된다. 또 경제전망이 발표되는 시기도 당초 기준금리가 결정되는 금통위 다음날에서 당일로 변경했다. 이 같은 결정은 경제 여건 및 전망에 관한 정보를 보다 충실히 제공하고 정책결정과 전망간 설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이 외부에 공개하는 자료의 양도 많아졌다. 지난 5월부터는 부정기 간행물인 ‘BOK 이슈노트’와 ‘BOK 경제리뷰’를 발간하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는 물가상황에 대한 분석 및 평가, 물가여건 점검, 향후 물가전망 및 리스크요인 제시, 물가관련 최근 이슈에 대한 분석을 담은 ‘물가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자료들이 늘어난 만큼 그 자료들을 설명하는 브리핑 횟수도 크게 늘었다.
이처럼 한은이 ‘말’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김중수 총재의 ‘말’에 대해선 여전히 비판 섞인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한은의 소통에 실망해온 만큼 최근 노력에 대해서도 아직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전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도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힌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난달에 인하를 했으니 충분히 추가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줄 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선진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물가 우려는 없다는 중립적 코멘트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놓고 다음달에 인하를 해버리면 총재가 또 욕을 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의 매일 발표되는 수 많은 자료 이상으로 1년에 12번 열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총재의 말 한마디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은 복화술만큼이나 직접 화법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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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