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고채 30년물, 장기적 안정적 재정관리 위해 중요
[뉴스핌=이기석 기자]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이래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초장기 국채인 30년물 발행을 앞둔 가운데 새로운 채권시장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과천정부청사 1동 5층.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에너지 절약까지 하느라고 푹푹 찌는 정부청사지만 기획재정부 국고국의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새로운 채권시장의 도래를 앞두고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 1949년 12월 건국국채를 처음 도입해 최초 발행한 지 어언 60여년. 지난 2000년 10년물을 필두로 시작된 장기국채 발행이 2006년 20년물에 이어 다시 6년만에 30년물을 발행함으로써 장기국채시대의 무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세계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최대의 국가정책과제라는 점에서 국고채 30년물의 발행에는 더욱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유럽 국가들이 발행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단기물에 집착한 나머지 단기차환과 만기집중으로 국채운용에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채인 국고채는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이렇다할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채권은 보증 회사채 3년물이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유통되지 않는 국채를 사고팔 이유가 없었다.
1970년대 이래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다 경제성장을 하면서 외채위기를 번번이 겪으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이 관치금융 속에서 낙후된 상태였다. 그러다 1990년대 금융시장 및 금리자율화를 추진했고 재벌그룹들의 과다부채로 IMF 위기가 도래하면서 회사채를 대체해 국채가 중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국내 경제규모가 대폭 커지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국채 발행 수요도 커졌다. 그렇지만 3년물과 5년물 위주로 구성된 탓에 만기도래 기간이 짧아지면서 재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장기물 국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10년물이 첫 발행됐고 2006년 20년물이 발행됐다. 국채시장은 지난해 국고채 잔액이 340조원에 달해 지난 2005년의 두배 규모로 커졌다. 그렇지만 3년물과 5년물 발행비중이 45%를 상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관리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정부는 오는 9월 국고채 30년물을 발행할 예정이다. 처음 발행하는 만큼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간은 인수단을 꾸려 총액인수 방식으로 국채물량을 소화하고 11월부터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30년물 발행규모는 매월 4000억원씩 모두 1조 6000억원이 된다. 3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20년물이 발행되고 있지만 발행비중이 적어 발행비중과 유통이 원활한 10년물을 기준으로 가산금리(Spread)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국고채 30년물 발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꼼꼼하게 확인하며 진행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신형철 국고국장을 만났다. 신형철 국장은 행정고시 26회로 지난 1984년 공직에 들어온 이후 20여년간 국채시장과 함께했다.
재무부 국고국 시절 국채담당 사무관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아무도 몰랐던 국채시장에 대해 밤새워가며 스스로 깨우치쳤고 각종 국채제도를 입안하면서 시장과 호흡하면서, 현재 국고국장으로서 국채시장의 선진화를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국채의 달인’이 바로 신형철 국장이다.
국고채 30년물 발행방안과 더불어 8월 인수단 선정과 주간사 선정, 9월 30년물 첫 발행과 국내외 채권인사를 초빙해 치를 최초 매출 발행행사 등으로 여념이 없는 ‘미스터 국채’(Mr.Korean Bond) 신형철 국장(사진)을 만났다. 30년물 발행을 앞두고 30년물 발행의 의의와 시장 변화 등 궁금증을 풀어봤다.
▶ 안녕하세요. 국고채 30년물 발행을 앞두고 바쁘시지요. 먼저 국고채 30년물 발행에 어떤 의의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 무엇보다 오는 9월 국고채 30년물을 발행하게 됨으로써 초장기 국채시장이 완성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채시장이 명실상부하게 선진 국채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0년물의 발행 의의는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복지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요 장기화에 대비하여 초장기 국채시장을 육성함으로써 필요자금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또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초장기 금융상품에 대한 지표금리(Benchmark Rate)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산운용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연기금과 보험사의 장기채 수요확대에 대응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연기금 등 10년 이상 국고채 보유 잔고는 지난 2007년 6조 4000억원 규모에서 지난 6월말 현재 45조 1000억원 규모로 약 5년간 7배 이상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30년물 발행으로 우리 경제의 국제적인 신인도도 제고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국고채 30년물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발행이 됩니까.
- 올해 발행규모는 30년물이 최초로 발행되는 점을 고려해 초장기채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매월 4,000억원 수준에서 발행할 계획입니다. 발행방식은 초기 발행실패 방지와 적정금리 발견을 위해 초기 2개월인 9~10월에는 인수단 방식으로 일단 추진하고, 이후 11월부터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인수단을 10곳 내외로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5-10곳으로 한다고 줄여 발표했는데 이유는 뭔가요.
- 국고채 30년물 인수단 규모를 당초계획보다 축소한 것은 아닙니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10곳 내외라는 표현을 이번 발행방안에서는 좀더 구체화하여 인수단 규모 범위를 발표한 것입니다.
▶ 국고채 30년물에 대해 사전 수요조사를 하셨지요. 수요처는 어떤 곳이 될까요. 또 무난히 소화되면서 시장 안착이 가능할까요.
- 그간 30년물 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고채 전문딜러(PD) 외에도 연기금과 보험사 등 최종 투자자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채권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왔는데, 장기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30년물의 주된 수요처는 국고채 중장기물 투자비중이 높은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후대비 등을 위한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연기금, 보험사들의 자산 운용규모가 확대되고 운용기간도 장기화되면서 이들 기관의 장기채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보험사는 RBC(Risk Based Capital)제도 도입에 따른 듀레이션 확대를 위해 20년물 국채 매수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서 무리 없이 소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최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채 가격이 높은 상황인데 발행에 부담은 없습니까.
- 국채를 발행하는 정부입장에서는 금리하락은 재정조달비용 절감을 의미하므로 발행 최적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하락은 국채가격 상승을 의미하므로 낮은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채시장에서 장기채 수요는 풍부한 상황이어서 발행물량에 대한 시장소화는 무리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20년물 국고채 입찰에서도 낮은 금리수준에도 불구하고 486.5%의 높은 응찰률을 기록하는 등 호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종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금리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바, 현재 낮은 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30년물에 투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박재완 장관께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3.3%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하시고, 물가도 낮은 상태입니다. 하반기 국고채 발행여건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요.
-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대내외적으로 국채수요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내적으로는 향후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으로써 기관투자자들의 국고채 수요는 지속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높은 재정건전성 등 양호한 경제 펀더멘탈, 선진화된 시장으로 인해 우리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2.9%로 미국 106.6%, 영국 88.4%, 독일 78.9%에 비해 현격하게 낮기 때문입니다. 국고채 응찰률 추이를 보면 지난 2008년 131.8%에서 2010년에는 304.7%로 높아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463.7%로 국채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고채가 주식 등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임을 고려해 볼 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이 국고채 발행은 원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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