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자산 이라고? 부동산·주식·金 사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극에 달하면서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지만 숨은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안전자산 논리를 앞세워 국채를 사들였다가는 이른바 ‘헤어컷(손실)’을 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무디스의 독일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도 궁극적으로 최근 두드러진 ‘묻지마’ 국채 매입에 대한 경고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독일 국채 수익률이 1년 이내에 가파른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국채 줄이고 부동산‧주식‧금 사라
채권왕으로 불리는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국채가 아닌 실물 자산에 투자할 때라며 국채 투자에 따른 ‘헤어컷’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로스가 주장하는 ‘헤어컷’의 근거는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독일의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내리꽂히면서 인플레이션 위험 노출이 크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로스는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채가 아닌 주식과 부동산, 금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이일드 채권 역시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투자 손실을 헤지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미래 구매력을 보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로스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경기 부양에 성공할 경우 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실물 자산을 매입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 보전에 급급하며 국채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獨 국채도 위험..주변국과 ‘한 배’
무디스가 23일 독일의 AAA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것도 국채 투자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독일 이외에 최근 국채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진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의 등급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최근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의 단기물 국채는 안전성을 이유로 일제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벤자민 슈로더는 “이번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은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절대적인 수익률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주변국 부채위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중심국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레이엄 피셔 앤 코의 조쉬 로스터 매니징 디렉터도 “투자자들은 유로존 주변국에 지원되는 자금이 독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라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추가 하락이 어려울 뿐 아니라 1년 이내에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연준의 추가 부양과 관련, 그로스는 “또 한 차례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오는 8월 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어떤 형태로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든 그 효과는 과거 두 차례의 부양에 비해 대폭 희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스는 또 “5년물 국채 수익률이 0.5% 내외로 떨어진 상황에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거의 없다”며 “궁극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