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규제 완화 기대·자구노력 병행
[뉴스핌=정탁윤 기자] "요즘 식당에서 식사하기 전에 주위에서 양복 상의를 가리키며 '옷 벗으시죠'라고 하면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다"
최근 식사자리에서 만난 모 증권사 고위 임원은 현재 여의도 증권가의 상황을 전하며 이같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이어지고 있는 증권가의 불황과 실적부진에 따른 위기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루 평균 주식거래대금은 지난 2월 6조8482억원에서 3월에 5조 3680억원, 4~5월에는 4조원대로 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엔 4조원대 이하로까지 추락하는 등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6~7조원이다.
한 여름 무더위에 여의도발 증권사 구조조정 바람이 싸늘하다.
◆ 해외지점 축소·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진행형'
여의도발 구조조정 칼바람은 이미 지난해 말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신한금융투자는 30~40명의 희망퇴직자를 받았고, 12월에는 삼성증권이 역시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1월 현대증권에서는 임원 11명이 일괄 사직하기도 했다.
해외법인 축소와 국내 점포 축소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 인력을 절반이 넘게 대폭 줄이고 위탁매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만 지난해 200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도 홍콩법인의 인력을 감축하고 법인장을 교체했다. 현재 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증권은 지난 2007년 10월 동남아 교두보 차원에서 설립했던 베트남 호치민사무소를 폐쇄했다. 주식중개와 투자은행(IB)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현지 상황과 맞지 않아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영국 런던법인을 청산했고, KB투자증권도 지난해 홍콩법인을 페쇄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3곳이었던 지점을 없애고 영업점 1곳만을 남기기로 했다. 임원과 직원들에 대한 임금도 10~30% 삭감했다.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들도 베스트급 아니면 재계약 및 이직이 힘든 실정이다. 모 증권사 리서치 센터는 이번 회계연도 들어 애널리스트 전원이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스카웃 시장이 요즘처럼 침체된 적도 드물 것"이라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전직하는 애널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 (사진=뉴스핌 DB) |
주식거래 중개(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권사별로 적게는 40%에서 최대 70%까지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수입의 절반 정도를 지하는 브로커리지 수입위주에서 탈피, 다양한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한·미·일 증권회사 수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위탁매매 수익비중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감소한 반면 인수·주선, 자산관리 수익비중은 증가했다.
다만, 아직 같은 기간 미국(20.1%)과 일본(18.6%)에 비해서는 위탁매매 수익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반면 국내 증권회사의 인수·주선 수익비중은 7.5%로 2007년(0.7%)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7%, 2009년에는 4.8%를 기록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탈피해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시장 거점에 대한 진출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홍콩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지점을 폐쇄하고 인력을 축소하는 등 위기 수습에 나선 증권사들도 있지만 해외진출 자체를 의심하는 증권사는 많지 않다.
유로존 위기가 진정되고 글로벌 경제가 살아날 시기에 IMF때 외국계 투자사들이 그랬듯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에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인식도 그런 맥락이다.
자본시장법이 통과되면 대형화를 통해 헤지펀드 등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은 자산관리종합회사로의 전환, 브로커리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품판매 수수료 개편,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제도 개선 등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최소한이어야 한다"며 "시장 논리에 따라 대형사 위주의 증권업계 재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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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