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업계 26위 벽산건설이 26일 전격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워크아웃건설사들의 법정관리행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 이후 건설사들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들어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를 신청한 곳은 모두 3곳이다. 우선 풍림산업이 지난 5월1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우림건설은 이달 11일, 범양건영은 19일, 그리고 벽산건설이 26일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란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법정관리는 금융권으로부터 1, 2차 부도 판정을 받은 기업들이 파산을 피하기 위해 신청하는 것으로, 부도 기업으로서는 마지막 '지푸라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통상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개시한 업체들은 소위 '막장'까지 떨어진 것으로 간주하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워크아웃보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법정관리 기업으로 결정되면 부도를 낸 기업주의 민사상 처벌이 면제되고,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또 채권자는 그만큼 채권행사의 기회를 제약받는다. 그런 만큼 금융권 등 채권자의 채무변제가 최우선이 되는 워크아웃보다 오히려 기업으로선 살길이 트일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법정관리가 최근 들어 워크아웃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확연해진 것은 기업의 기존 대표이사가 법정관리 개시 이후 관리인 지위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회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법정관리는 말그대로 기업의 '막장'으로 취급됐지만 지금은 법원의 보호 속에서 오히려 내실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워크아웃 상태에선 추가 자금 지원은 매우 까다로운 반면 채무변제는 우선시되고 있어 결국 자산을 다 '빨리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법정관리 상황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법정관리가 되면 우선 기업의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들은 시공능력순위 50~60위권의 중견건설사들로, '전성기' 당시 이들의 인력규모는 대체로 400~500명 선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들어가면 인력은 40~70명 선으로 1/10 수준으로 줄어든다.
실제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 건설사는 한때 460명의 임직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50명선으로 줄었으며,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현진도 법정관리 시기에는 40명선의 직원만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정관리가 되면 직원들에게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급여가 체불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건설은 상여까지 포함, 평균 4~6개월 가량 급여가 밀린 상태며,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우림건설도 5개월 가량 급여를 받지 못했다. 또 풍림산업도 4개월 가량 급여가 밀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변제는 동결되는 반면 자산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세 다음 2순위 변제 대상인 인건비는 꼬박꼬박 나오게 된다. 실제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거의 다가 정해진 일자에 급여를 받고 있다.
반면 급여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워크아웃 직전에 받던 급여의 15~20%, 많게는 30%까지 감봉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 건설사 과장급 직원은 워크아웃 전 순수 급여만 연 5500만원에 달했지만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재 4000만원까지 연 급여가 추락한 상태다.
연봉 외로 포함되는 판공비와 상여가 모두 없어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급여 하락폭은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전윤수 전회장이 모든 자산을 갖고 해외로 '날라버린' 성원건설의 경우다. 성원건설은 법정관리에 돌입했지만 자산이 한푼도 없어 임직원들에게 줄 급여도 없는 상태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전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와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지난해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는 그나마 자산이 남아 있지만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자산이 빨릴대로 빨린 상태란 것이다.
더욱이 법정관리 업체들이나 워크아웃 업체들 모두 지독한 주택불경기 속에 주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번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는 처지가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의 회생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 속에 워크아웃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의 '체력'이 바닥 났다"며 "IMF당시 건설업계의 워크아웃, 법정관리 파동이 빨리 해결된 것은 주택경기 활성화였음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것은 건설 경기의 빠른 회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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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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