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금융시장이 전시 상황을 방불케할 만큼 급박함을 연출하고 있다.
오는 주말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은행권에서 예금 인출이 썰물을 이뤘고, 일반 시민들은 드라크마 도입과 급격한 평가절하를 대비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이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권에서 매일 최대 8억 유로(10억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음식료 구입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후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에 소비자들이 음식료를 중심으로 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 화폐인 드라크마가 부활할 경우 통화가치가 급전직하 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리스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면서 지난 2년간 은행권 자산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은행권 예금 자산은 17%(354억 유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이탈은 최근 정치적인 불확실성과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자산은 매일 5억~8억 유로에 달했다.
ESEE 소매연합의 바실리스 코키디스 대표는 “그리스 국민들이 드라크마 복귀에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고, 일용할 양식조차 구입하기 힘든 생활고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크레디트 아그리콜은 그리스 현지 법인을 포기하거나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비상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가운데 글로벌 금융회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리스 부채위기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을 엿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