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유럽과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3주간의 다소 장기간 해외 출장후 휴식의 시간을 가질만도 한 상황이지만 연휴를 끝내자마자 지난 29일 오전 6시40분경 '깜짝 출근'에 나섰고, 곧장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최고 경영진을 불러 릴레이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 그룹 사장단을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귀빈식당으로 소집해 오찬을 나누기도 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사장단 대부분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날, 이 회장은 휴대폰 등 IT전자기기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유럽과 일본의 장기 출장에서 보고 느낀 점에 따른 메시지 성격이 묻어난다.
31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이런 행보는 삼성 내부에서조차 예상치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귀국 직후 다음 공식 일정으로 호암상 행사(6월1일)를 꼽았고, 경영진에서도 당분간 승지원 경영에 나서지 않겠냐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이 회장이 장기간 해외출장 이후 잰걸음을 옮기는 배경에 궁금증을 높이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의 선발사인 삼성의 총수가 숨가쁜 경영행보를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오늘(31일)도 6시40분께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조기 출근했다. 지난 4월부터 앞당겨진 자신만의 출근시간 원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 주변에서는 이 회장의 7시 이전 출근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내외적인 현안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주에만 연이어 조기 출근에 나선 것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의 이런 경영행보는 아무래도 국내외적인 불안요소가 여전히 많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 전반에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해법찾기가 분주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단적으로 이 회장은 지난 24일 유럽과 일본 시장을 점검하고 귀국하면서 '유럽경제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일본 역시 어려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런 한 축에서 이 회장은 출장 후 조기 출근으로 이어진 경영행보의 첫 단추로 휴대폰 사업의 핵심인 스마트폰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카메라제품의 경쟁력도 강조해 그의 관심영역이 특정사업군에 한정돼지 않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이 부분에서 글로벌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성격이 짙어 보이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그동안 수차례 삼성 내부에 강조해온 글로벌 선도기업의 위상 정립을 위해 기술 개발은 물론 삼성만의 창의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도 엿보인다.
더구나 이 회장으로써는 애플과의 팽팽한 대립국면도 바쁜 걸음을 옮기는 한 이유가 될법하다.
애플과 전면전을 벌이면서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애플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삼성'이라는 글로벌 위상에 도움이 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장기전에 따른 리스크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연방법원의 중재로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은 때였다. 소득없는 협상을 결렬됐고, 이 부분에 대한 이 회장의 고민은 진행형인 셈이다.
여기에 아직 애플의 아성을 넘어야하는 당면한 과제와 함께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휴대폰과 카메라로 대표되는 가전시장의 위기감 역시 이 회장이 현안 챙기기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편, 이 회장에게는 삼성의 경영현안과 함께 삼성가 형제들의 소송 국면도 화급한 현안이다. 단기간에 끝날 법리적 논쟁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혹여 불거질 지 모를 다양한 변수에 대한 해법찾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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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