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갑 "항의성 성명서? 조용히 하세요"
[뉴스핌=노경은 기자] "시끄럽게 일을 만들지 마세요"
'슈퍼 갑' 의 한마디에 중소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이하 MVNO) 업체가 일제히 한 움직임을 멈췄다.
MVNO 협회는 최근 자신들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SK텔링크 등 기존 이동통신 3사(MNO) 자회사의 MVNO 시장진입 부당함에 대해 항의성 성명서를 발표하려 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들의 입을 막았다.
개별 MVNO사업자들 전언으로는 단적으로 '시끄럽게 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당국의 통보를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
MVNO 협회는 방통위가 전체회의에서 SK텔링크 등 이통사 자회사의 시장진입을 허용한 이후 이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SK텔링크의 시장진입 일주일 여 앞둔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VNO 협회 측은 이달 초 이통사 계열사의 MVNO 서비스 진출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국회와 방통위 등에 성명서를 배포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들의 MVNO 시장진출을 막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방통위의 압력에 중단됐다. 한 MVNO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성명서 제출 하루 전 방통위가 협회 측에 연락해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것.
주무부처에서 압박을 가하자 향후 사업에 불이익이 우려된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부담을 느끼고 가장 먼저 발을 뺐다. 이후 헬로모바일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MVNO 서비스 시행 중인 CJ도 성명서 제출을 포기했다.
결국 온세텔레콤만 남아 홀로 성명서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방통위가 KT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온세텔레콤에 망을 대여해주는 MNO다.
이에 온세텔레콤도 두 차례 성명서 제출을 준비했으나 결국 이는 무산됐다.
중견,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존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달 초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는 MVNO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또, KT도 계열사를 통해 MVNO 시장진출을 검토 중이다.
협회측 한 관계자는 "MVNO 시장은 중소기업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의 방침도 그랬다. 하지만 기준도, 원칙도 없는 정책에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위주로 조만간 MVNO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달 초 전체회의를 열고 계열사에 부당하게 도매제공 여유용량을 몰아주는 행위 등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통사 자회사의 시장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중소 MVNO로 구성된 MVNO 협회 측은 이들의 시장진입은 공정경쟁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그 타당성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정책당국의 한마디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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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