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존 립스키( John Lipsky),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정리: 뉴스핌 김사헌 국제부장
일시: 2012년 4월 20일
Seoul Economic Forum Questionnaire
제1회 서울이코노믹포럼 사전인터뷰
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1편에서 이어)
6. 미국과 일본의 재정 건전성(적자) 문제가 유럽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뇌관’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 미국과 일본의 재정적자와 부채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유럽보다 훨씬 더 어려운 해결과제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과 일본 양국 모두 미상환 국가 부채를 사상 최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재정 건전성 회복 정책이 없다면 그 같은 우호적인 여건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7. (글로벌 재정위기 협력) 글로벌 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간, 정부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극복을 위해 서로 협력해오면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았다.
이러한 글로벌 재정위기 협력의 명과 암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국제 공조는 지속될 수 있을까.
= 2008~2009년 위기가 발생한 긴급 상황에서 국제적인 경제 및 재정정책 상의 협력이 더 넓고 깊어진 것이 글로벌 위기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억제하고 전 세계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가 지도자급 회담인 주요20개국(G20) 회의의 창설은 신흥시장과 신흥아시아공업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을 새롭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중앙화된 정책 대화에 끌어들였다.
G20의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체계’는 상호평가절차(MAP)를 통해 실행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 협의와 협상을 일구어냈다. 특히 G20 '서울행동계획(Seoul Action Plan)'은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핵심적인 기준을 제공했다.
이러한 정책적 협력이 지속되고 좀 더 효과적이 되는 것이 모든 G20 회원국들과 세계경제 전체의 공통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8. 글로벌 금융산업 발전방향과 관련,금융위기는 투자은행(IB)의 퇴조와 금융산업의 위축과 규제강화를 불러왔다. 금융산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지면서 글로벌 은행주들은 약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금융산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금융산업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지는 불명확하다. 앞으로 글로벌 금융산업은 어떤 쪽으로 발전해 갈까.
= 금융 부문 개혁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1) 규제의 효율성 제고. 여기에는 시스템 차원에서 중요한 모든 시장과 기관들을 포함하도록 규제 범위(한도)를 재정립 하는 것과 자본 건전성요건을 강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2) 감독기관의 능력과 효율성 강화.
3) 효율적인 문제해결 메커니즘 마련. 여기에는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다중적 법령 하에서도 작동하는 금융 제도 마련 등이 포함된다.
4) 효율적인 평가 메커니즘 구축. 이를 통해 합의된 개혁안이 의도대로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 5) 금융부문의 고질적인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줄이기 위해 금융 시장에 미치는 경기순환 효과를 고려한 거시건전 정책 마련 및 이행 등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개혁안들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여전히 상당 부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규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또, IMF의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부문을 가진 모든 국가들에서 의무화되는 등 규제 평가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규제] 감독의 품질과 효과 측면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지, 또 '시스템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들(SIFIs)'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는 해결[청산]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 작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9. 지난 2월부터 달러화 강세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세계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내수회복에 도움이 되고, 유로, 엔 약세는 이들 국가의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달러화 강세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또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익률 추구현상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 미국 달러화 강세와 동시에 미국 금리와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사실이 미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환율 전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사실 좀 더 주목할 현상은 위기 상황하에서 주요 교역통화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예외는 2011년 경기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것과 최근의 유로화 강세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차라리 더 주목해야 할 지속적인 추세는 다수의 아시아국가 통화들이 명백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더구나 이 지역에서의 경상수지 불균형 축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환율 부조화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킨 점도 있다. 이 때문에 우려의 중심은 적절하게 거시경제 추세와 정책, 예를 들어 중국 당국의 상대적으로 내수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등으로 이동했다.
한편, 당장 높은 성장률과 함께 최상의 장기 성장전망을 보여주는 경제로 투자자금이 흘러가는 것은 특별히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10. 곳곳에서 '위험자산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안전자산에 대한 매력이 급감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라고 보는지? 아니면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까?
= 우선,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용어에 대해 명확하게 통용되는 정의는 없다. 사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신용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혹은 실제로 신용이 감소하거나 하고 있다.
나아가 주요 경제의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에서 차입 축소(디레버리징) 추세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수년 간 실행한 이례적인 정책들, 특히 유로존 금융회사들에 대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노력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투자자들의 '무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로 금융자산의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독일과 같은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들 중 하나이다.
결국 세계경제 여건과 금융권의 전망이 현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개선된다면 오늘날 상대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받는 보상이 커질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