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호텔신라가 얻은 것은 삼성가 재벌이 이제는 빵집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표면적 근엄함이다. 잃은 것은 '앉아서도'수익을 잘내는 알토란같은 베이커리사업을 남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저것 계산해서 '매각'한 것이지만.
호텔신라가 자회사 보나비를 매각하면서 카페·베이커리 브랜드인 ‘아띠제’를 마침내 정리했다. 사업철수 의지를 밝힌 지 약 3개월 만이다.
호텔신라는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비판하자 이튿날 즉각적인 ‘아띠제’의 철수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아띠제’는 정리된 것이 아니라 매각된 것이다. 전국 27개의 아띠제 매장은 기존 영업권을 고스란히 가지고 지금도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호텔신라가 자회사 보나비를 대한제분에 매각하며 얻은 것은 바로 ‘재벌의 빵집’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는 점 정도다. 즉, 비판의 대상이 호텔신라에서 대한제분으로 옮겨갔을 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과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오히려 소극적으로 점포를 확대해온 호텔신라와 달리 대한제분의 차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더욱 영업망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매출 7517억원을 달성한 식품업계 대기업으로 직원이 377명, 계열사만 5개에 달한다.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나비 매각대금이 302억원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 사업자가 이를 인수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호텔신라가 연 매출 241억원(아띠제 매출 기준) 규모의 수익사업을 명분 없이 폐쇄하는 것도 주주소송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결국 재벌 빵집의 첫 번째 철수를 앞둔 현 시점에서, 정부가 등 떠밀던 ‘재벌의 빵집 철수’와 ‘골목 상권 지키기’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아리송해지는 대목이다. 정부는 또는 세간 여론은 재벌이 빵집을 한게 미웠는지, 아니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게 못마땅했는지 불분명하다면 편향된 시각일까. 골목상권은 뭐고, 대로변 상권은 또 무엇인가. 분배와 참여, 양극화 해소와는 어떤 인과관계인가.
호텔신라의 ‘빵집 철수’ 선언 이후 대기업의 ‘빵집 철수’는 마치 유행처럼 여타 기업으로 번져나갔지만 그 본질에 ‘골목 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한 예”라며 “당시 정부에서는 거의 등을 떠밀었고 재계에서도 대기업들의 빵집철수가 ‘큰 결단’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정작 그 안에 골목 상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동반성장’, ‘골목상권’ 등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마치 정치 슬로건처럼 내 거는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없다면 ,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진정성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다른 ‘아띠제’만 쳐다보고 일부는 박수를 치고 일부는 쓴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골목상권’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호텔신라도 골목상권 의미를 제대로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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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