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유로존 부채위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정치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꼬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6%를 넘나드는 가운데 구제금융 요청설이 고개를 들었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그밖에 주변국 역시 경고음을 내고 있다.
◆ 포르투갈 9월 고비, 이탈리아도 적신호
오는 9월 포르투갈이 두 번째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모간 스탠리는 포르투갈의 경제성장이 크게 위축되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감당하기 힘든 수위에 이른 만큼 추가적인 구제금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사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2%에 육박하고, 신용부도스왑(CDS)은 디폴트 확률이 61%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1.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성장률은 3.4%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간 스탠리는 포르투갈이 정부 예측이나 시장 전망보다 깊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9월 2차 구제금융 요청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적신호는 이탈리아에서도 켜졌다. 스페인이 EU와 약속한 재정적자 목표치를 수정한 데 이어 이탈리아가 균형 예산 달성의 목표 시기를 늦춘 것.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움직임은 유로존 주변국에 대해 EU 정책자들이 요구하는 고강도의 긴축과 엄격한 재정 목표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는 프랑스 역시 정치 변수로 인해 재정 목표치를 수정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강한 재정건전성을 갖춘 네덜란드 역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 이후 재무 목표 수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정치 변수, 위기 상황에 得보다 害
스페인 국채 수익률만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 중 하나가 프랑스의 대선 향방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패배하고 17년만에 좌파 정권이 탄생할 경우 유로존의 버팀목이 되어 온 이른바 ‘메르코지’(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톨령을 일컫는 말) 동맹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
금융시장은 프랑수와 올랑드 후보가 승리할 경우 프랑스의 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공공 부채가 GDP 대비 90%에 이르는 가운데 올랑드 후보가 EU와 체결한 재정협약을 개정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시장 불안감을 조성한 것.
최근 프랑스의 국채 수익률 및 CDS 프리미엄 상승은 대선 변수와 무관하지 않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올랑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시장지표 긴장감 고조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6% 선에서 등락하는 한편 이탈리아 역시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탈동조화 기대가 고개를 들었던 것과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20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6.04%까지 오른 후 4bp 오른 5.96%를 기록했다.
유럽 15개 국가 CDS를 추종하는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소빅스 웨스턴 유럽 인덱스는 3.5bp 상승한 286.5를 기록해 3주 연속 상승했다. 유럽의 25개 은행 CDS를 추종하는 지수 역시 3.5bp 오른 258.5를 나타냈다.
스페인의 국채 CDS는 16bp 뛴 514bp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탈리아 국채 CDS는 16bp 오른 472bp를 나타냈고, 프랑스 CDS 역시 지난주 187bp에서 202bp로 올랐다.
HSBC의 스티븐 킹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눈이 온통 스페인을 포함한 주변국에 집중됐다”며 “앞으로 부채위기 국가의 경제가 얼마나 더 큰 폭으로 침체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