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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영] 스토리텔링, 조직원과 고객을 춤추게 한다

기사입력 : 2012년04월12일 09:44

최종수정 : 2012년04월12일 09:53

- 핵심가치 공유·경영 리더의 자질요소 부상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현대 경영활동의 핵심 수단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켓팅은 물론 기업 핵심가치를 꾸며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진정성이 담겨있는 스토리텔링 기법 및 경영관은 궁극적으로  비전기업을 만드는 데에 큰 몫을 한다.  뉴스핌은 창간 9주년 기획물로 스토리텔링 경영의 중요성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당 성과물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핌=명재곤 기자]

"꽃을 꽃으로 불러줄때 꽃은 꽃으로 가치를 갖는다"라는 한 싯구의 풀이는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후략>

시인 김춘수의 다섯 번째 시집 ‘꽃의 소묘’에 실린 시, ‘꽃’이다.

국민적 이 애송시를 많은 이들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풀이한다.

“ 저 밑바닥에서 ‘하나의 몸짓’으로 세계속에 존재하던 그 무엇은 이름이 불림으로써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로 끌어올려졌다”고. 꽃을 꽃으로 부르자 꽃에게 가치가 심어졌다고 한다.


기업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경영’이 화제다.

경영학자, 콘텐츠개발 전문가들은 기업의 가치와 리더의 생각을 조직내부에서 공감,공유하는 데에 활용하는 유용한 도구로 스토리텔링을 들곤 한다.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스토리는 냉전시대에 사는 미국인들에게 비전공유의 마당을 선사했다. 재벌 총수들의 ‘좋은’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지난 '4.11총선'에서의 여야의 유니폼 색깔도 눈으로 보는 그 것이다.

삼성그룹의 ‘열정 락(樂)서’, CJ그룹의 ‘꿈지기 사절단’등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암묵적 우군과 잠재적 고객을 창출하는 경영토크쇼도 결국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를 더해놓은 합성어다.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 보면 내 이야기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해 상대방을 나의 영역으로 초대해 ‘우리화’ 하는 게 스토리텔링이다.

기업경영 영역에서 스토리텔링은 ‘가치(의미)’를 나누고 심고 키우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가치는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은 것도 있겠다. 결국 누가 어떤 식으로 말해주느냐, 불러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끌어올려지는 정도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스토리텔링이 경영에 활발히 접목되면서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기업들 사이에서 일부는 시험적으로 싹을 튀우고 일부는 큰 성과를 얻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경영인 스토리텔링, 기업가치 스토리텔링등 분야도 다양하다. 요즘 기업들 홍보 광고물에서 ‘이야기’를 담은 종류가 수년전보다 훨씬 많다.

한 제과업체의 ‘향수’와 ‘정’을 키워드로 앞세워 제품광고는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토리텔링’ 작품(!)으로 본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500원 지폐속 거북선’으로 일궈낸 조선소 건설자금 유치 이야기는 관련업계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재미와 감동의 ‘전설’로 거론된다.  아산의 이 성취는 개인 정주영 회장의 스토리텔링 주요 소재일뿐더러 해당기업은 물론 한국 조선산업을 알리는 거대한 스토리텔링 줄기로 남았다.

향토 관광문화 경영에도 지자체들의 스토리텔링 활용은 활발하다. 드라마 한류를 잘 비벼만든 남이섬 이야기, 해남 땅끝마을의 ‘토말(土末) 표석’ 관광상품, 지역마다의 유명인물이나 특산품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게 광범위적 스토리텔링 경영에 속한다고 볼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원지름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단순한 홍보 마켓팅의 수단에서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는 감성적이면서도 혹은 이성적인 기법으로 그 활동 및 활용 공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영자는 스토리텔링을 해야하고 나아가 스토리텔링 경영기법을 알아야 한다” 이재웅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연초 한 인터뷰에서 기업 리더(경영인)의 한 자질로 ‘스토리텔링’을 강하게 꼽았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처음 만난 파트너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을 전개했을때, 그 선행작업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겠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발표회때 트레이드마크 형식으로 착용하는 검정색의 라운드 티와 적당히 낡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기억하는 전 세계인들이 많다. 자유 개방 창의 비구속등이 연상되는 잡스만의 스토리텔링 장치이고 기법이다.

애플의 조직원은 물론 모험심 강한 젊은이와 기업인들은 알게 모르게 잡스의 특정 이미지에 사로잡혀 잡스신도로 열광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이 때문에 애플 제품을 사들이는 지도 모른다.

기업은 핵심가치와 비전을 전 조직원이 공유할수록 경쟁력이 커진다. 공유의 수단이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 다시말해 스토리텔링작업을 통해 감성을 먼저 어루만지고 이후 설득과 믿음의 과정으로 조직원의 구심력을 이끌어낸다면, 다시말해 ‘비전 공유’에 성공한다면 그 기업과 리더는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게다.

잡스처럼. 그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광고카피이자 비전공유를 위한 핵심가치로 주위에 던졌다.

스토리텔링이 브랜드 이야기에서 기업의 핵심가치 정립의 수단으로까지 활용도가 확산되면서 근래 서점가에서 해당 서적을 찾는 손길이 잦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제리 포라스와 안철수의 스토리텔링

세계 유수 경영석학인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그들의 공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원제, BUILT TO LAST)'에서 비전기업의 핵심이념(핵심가치+목적)을 줄곧 강조했다.

그들은 비전기업이 되기위한 필수적인 공통(특정) 핵심이념이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올바른 것이든 아니든 직원들에게 의식을 심어주고 행동의 지침이 되어줄 핵심이념을 회사가 가지고 있는지 여부라고 설파했다.

기업의 정체성과 생산제품의 유익성여부는 둘째치고 성공하는 기업을 위해서는 거의 사교집단처럼 같이 이해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게끔 하는 핵심이념을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석학들의 충고이다.

우리 주변에서 스토리텔링작업을 통해 기업의 핵심가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을 크게 키워낸 성공사례로 정보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들수 있겠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은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2001년 출간)’라는 책에서 제리 포라스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기업의 핵심가치에 대해 그만의 고민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지향하면서 핵심가치로 하나,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둘,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셋,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등을 정했다.

존재의미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등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때 오는 2005년에는 세계 10대 보안회사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업 목표를 담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안철수 원장이 핵심가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경영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 2000년 9월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벤처기업가 교육을 받으면서 ‘Built to Last' 공동저자인 제리 포라스의 강의를 직접 들으면서 기업 핵심가치에 빠졌다. 이후 귀국후 핵심가치와 비전찾기에 몰두했고 스스로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핵심가치 전제조건을 정리한다.

이어 2000년말 회사적 차원에서 부서장들에게 각자 생각하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리토록 했고 장기 근무 사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수차례의 토의과정을 통해 핵심가치가 확정됐고 2001년 시무식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거의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기업 핵심가치 찾기의 스토리텔링작업이었기에 굳이 비전공유를 위한 스토리텔링 추가작업은 필요치 않았음직 하다.

2012년 4월, 안철수 연구소와 안철수 원장의 현 위상과 영향력은 10여년전 그들의 스토리텔링작업에서부터 구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 스토리텔링의 성공 모델로 박원순 서울 시장도 적격이라면 적격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파트너십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 시절, 후원자들에게 즐겨쓰던 문구다. 박 시장은 그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의 제목에서 함축하듯이 ‘나눔’의 스토리로 오늘의 자리에까지 왔다.

기업 현장에서 뛰는 경영인들도 이제는 자신의 스토리텔링 만들기에도 시간을 쏟아야 한다. 기업이미지 관리, 오너 총수의 신상관리도 결국은 경쟁력이고 이는 어떤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스토리텔링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 그 이상이다

스토리텔링은 그를 활용하는 인물과 기업, 그리고 이들의 가치를 춤추게 한다.

이야기와 말하기의 단순한 덧셈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은 공감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말함으로서 기업 핵심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곱셈이상의 합산을 낳는다.

물론 허구의 스토리텔링, 역사적으로 옳지 않은 스토리텔링도 없지는 않다.

 ‘경탄할만한 감언으로 인간의 감성을 사로잡으며 유혹적인 동시에 위협적이 존재가 돼버린 스토리텔링의 야누스적인 면모’를 지적하면서 스토리텔링의 악의적 활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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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명재곤 기자 (s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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