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전남대·경북대 강연으로 미래 체제 강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김학선 기자> |
안 원장이 오는 11일 치러지는 19대총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잇단 강연을 통해 진전된 정치 발언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나름대로의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4일에 걸쳐 차례로 서울대, 전남대, 경북대를 돌며 한층 정치색이 짙은 언행으로 정치적 파장을 남겼다. 특징적인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정치 그 자체'와 '시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 안철수 '정치를 발견하다'
최근 안 원장 발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정치'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권자와 시민으로부터 버림받고 기득권으로부터 오염된 '정치' 그 자체를 구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냉소와 회의'를 한꺼풀 걷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전남대 강연에서 "적극 선거에 참여하는 게 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가고 미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우선적으로는 '투표독려' 메시지로 읽히지만, 그는 '새로운 체제로 가고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선거를 지목했다. 결국 사회 변화의 방법으로 '정치'가 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고 이를 공유하고 싶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그가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스스로 열어둔 가장 강력한 '대전제'이기도 하다. 사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정치인이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이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데는 특정세력의 정치혐오 유발, 즉 '반정치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정치에 입문하려면 오염된 정치'권'뿐 아니라, 정치 그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정치를 물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흙탕물'에 불과하지만, 인간 생활에 '물' 자체가 없어서는 안 되는다는 것과 같은 이론이랄까. 이른바 '정치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안 원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도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하지만 투표율은 48.6%를 기록했다. 평일 치러진 선거임을 감안하면 낮다고 할 수 없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 안철수 '유권자를 향해 말하다'
'투표 독려'와 '정치에 대한 발견'은 총선에 대한 투표 참여뿐만 아니라 그가 들어가고자(?) 하는 정치의 궁극적 주체인 '시민의 변화'를 촉구한 것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안 원장은 이른바 '총선 투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정당, 당파, 정파보다는 개인을 봐야 한다"(전남대), "진정성과 실행 의지를 갖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경북대)고 말했다. "호남, 영남, 충청, 강남 등 어느 당이나 지역적 기반이 있는데 여러분 시민의 선택으로 얼마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전남대)라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일차적으로 총선에서 뽑을 인물에 대한 선택기준과 지역주의에 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전하는 메시지가 '시민(유권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권과 정치 그 자체에 더해 '유권자의 행동 변화'가 그의 메시지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안철수 '인물, 바람, 구도'를 챙기다
아울러 안 원장은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구도, 인물, 바람'에서도 일정 정도 자산을 획득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은 미래 가치와 구체제의 충돌이 아니겠는가"(서울대)라고 말했다. 또 "정치에 참여한다면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서울대)이라고도 얘기했다.
결국 진영논리를 띠는 기존 정치는 구체제로 규정하면서 '미래 가치 대 구체제'라는 상징적 차원의 '선거 구도'를 이미 짜버리고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인물'면에서도 일보 전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인재근, 송호창 등 일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통해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상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정치 신인이고 신념과 헌신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의 정치적 외연 확장에 어떤 인물들이 물망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일부 판단 근거를 외부에 공개한 셈이다.
'바람'도 다시 일으켰다. '토크 콘서트의 '제2버전' 쯤 되는 강연정치는 여야 경쟁 구도 속에서 잦아들었던 '안철수 바람'을 다시 일게 했다. 일부 총선 후보들과 정당이 안철수 '묻어가기'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한 데서 이는 드러난다.
안철수 원장은 대권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어떻게 하면 내가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저한테 주어지는 거다는 생각에 변함없다"(경북대)고 말했다.
결국 안철수 행보에서 중요한 것은 안 원장 자신이 아닌 그를 둘러싼 '환경'이다. '주어지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안 원장의 최근 발언은 기존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와 정치 그 자체 등 환경을 향하고 있다. 그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섰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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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