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및 채권시장의 시가총액 비율을 따져보면 중국은 선진국의 1/3에 불과합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자본시장의 본격 개방을 앞둔 2017년 전까지 장기 상승 추세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중국통 중 한 명인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증시에 대해 장기 낙관론을 폈다.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이 미국의 경우 108.7%인 반면 중국은 46.3%에 불과하다. 채권시장 시가총액 역시 미국은 166.7%지만 중국은 39.7%에 머물렀다.
이는 중국의 실물경제가 고도성장을 이어온 반면 금융시장은 여전히 낙후돼있다는 증거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증시에 앞다퉈 상장했지만 여전히 경영 투명성, 회계 투명성의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향후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말 자본시장 개방안을 내놓았다. 3단계인 향후 5~10년 기간에 자본시장 선진 시스템 구축 후 부동산, 주식, 채권 거래 순서로 완전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증시도 지난 1992년 개방한 이후 시장 효율성이 확대되고, 밸류에이션 상승과 기업이익 증가를 경험했다.
◆ 경제는 고도성장하는데 주가는 부진...왜?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을 해왔지만 주가는 2007년 10월말 고점을 기록한 후 부진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상해종합주가지수는 6124.04(2007년 10월31일)에서 1년만에 1664.92로 급락한 후 2000~3000대에 머물러있는 것.
이같은 경제와 증시의 불균형에 대해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경험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는 1980년대 중후반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강세장 이후 약 10년간 500~1000p대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연평균 명목 GDP 성장률은 12.3%에 달할 정도로 고성장을 한 시기였다. 그렇지만 성장률이 한자리 수대로 내려앉아 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불거진 2003년 이후 코스피는 장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고 2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김 팀장은 "주가는 고성장 국면보다 오히려 성장 둔화 국면에서 더 강할 수 있다"며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실물 경제가 고성장하는 시기에는 경제적 자원이 금융 시장보다 실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 둘째, 증권화 초기 국면에서의 IPO 활성화가 불러올 수 있는 수급 불균형. 셋째, 금융 시장의 개방화가 진전되지 못한 데 따른 폐쇄 시장의 비효율성 등이다.
그는 "성장 속도가 빠를 때는 실물 부문에서 부를 증식시킬 기회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자원이 실물 투자로 집중된다"며 "실물 부문에 투자가 이미 골고루 이뤄져 있어 추가적인 투자로 인한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 도래해야 경제적 자원은 실물이 아닌 금융으로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구조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 중국 본토 펀드 여전히 매력적
중국 본토 증시에 외국인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중국 외환관리국(SAFE)으로부터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승인을 받아야한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지난 2003년 3월 처음으로 QFII 인가를 받은 후 올초까지 135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이를 획득했다. 우리나라도 올초 자격을 취득한 국민연금, 한국은행, 한국투자공사 등을 포함해 총 15개 금융기관이 QFII 자격을 갖고있다. 개인투자자들은 QFII인 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를 통해 중국 자본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올들어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QFII 투자한도를 증액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이달 초 1억달러를 배정받아 조만간 중국본토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동양자산운용과 KDB산은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도 증액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3억달러, 2억달러의 증액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릴레이 증액은 중국 당국이 올해 외국인의 증시 투자한도를 29억달러 신규배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연관있다. 일부 핫머니가 빠져나가자 중국 당국이 한도나 승인기간 등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
한편 올들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해외펀드에 비해서는 저조하다. 또 홍콩 H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서도 열위인 상황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중국펀드 429개의 올들어 평균 수익률은 9.76%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과지만 북미주식형 14.96%, 유럽주식형 12.09%, 일본주식형 16.74% 등에 비해서는 미약하다.
특히 중국펀드 중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홍콩 H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가 나았다.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홍콩 증시로 몰렸고, 특히 홍콩H 지수는 금융주와 에너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해외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올해까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해외펀드 중 중국펀드는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올들어 중국펀드에서 4085억원이 순유출됐다.
운용사 관계자는 "2007년 설정한 중국펀드 중 일부는 여전히 -40~-50%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상처가 크다"며 "올들어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자 환매가 나오는 것이고 이는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륙이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투자처로 신뢰를 줄 수 있을 지 지켜볼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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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