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해 세계경제의 G2로 부상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고도 성장을 지속,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졌다. 자본시장 역시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국내외 IPO 규모가 전세계의 50%를 넘었고, 시가총액 규모는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중국 자본시장 진출 상황과 전략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문형민 기자] "잠재력이 큰 중국 자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우리 금융투자업계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임과 동시에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시금석입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협회와 중국자본시장연구회가 개최한 '2012 중국자본시장 특별세미나'에서 이렇게 중국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300석의 좌석이 모자라 별도 공간을 마련해 동영상 중계를 해야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금융투자업계의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 한 장면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금융시장 공식 개방 일정을 내놓은 것도 이날 세미나 흥행의 한 이유였다. 중국이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 은행과 보험의 경우는 현지법인 설립 등 상당한 진전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증권,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에 관한 한 여전히 수많은 규제가 '죽(竹)의 장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 대표사무소 중심으로 대륙 진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10여년 동안 높은 규제의 벽에 막혔음에도 꾸준히 중국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14개 증권사가 중국 북경과 상해에 '대표처' 또는 일반투자자문 형태의 현지 사무소, 또는 비증권 일반법인을 설립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1996년 상해에 대표처를 설립한 것을 필두로 현대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이 2000년 전후로 중국 본토에 진입했다. 대우증권의 경우 대우그룹 해체로 인해 철수했다 10년만에 다시 들어가기도했다.
2007~2008년 중국 증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기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도 진출했다. 그리고 한국투자증권이 2010년에 북경에 일반투자자문을 설립했고,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1월 기존 대표처(리서치센터)를 일반투자자문사로 전환했다.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비증권 일반법인 형태로 진출중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증권사들의 중국 진출 성과는 미미했다.
우선 대표처나 일반투자자문 형태로 진출해있어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외국계 증권사는 지점 또는 독자적인 현지법인 설립이 금지돼있고 합자 형태로만 가능하다. 현재 합자 증권사는 미국 유럽 일본계 글로벌 IB사들이 참여하는 9개사, 자산운용사는 33개사가 존재한다. 우리 금융투자업계는 하나도 없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합자회사를 세우기 위해 중국 증권사들과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합자 증권사는 은행 보험에 비해 엄격한 신청자격을 갖춰야하고, 중국측 합자파트너 중 1개사는 반드시 '최근 1년간 회사의 해당업무 시장점유율이 업계 중등수준 이상이어야함'이라는 규정을 충족시켜야한다. 또 합작사는 주식 브로커리지업무를 할 수 없고, IB 인수업무와 자기매매만 해야한다는 제약도 있었다.
임병익 금융투자협회 전문위원은 "중국의 대형증권사들은 합자 유인이 없고, 중형증권사의 경우 대부분 구미계 IB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사들이 적합한 중국측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면서 증권사의 순이익 규모가 국내 대형사의 3~4배에 이르렀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규모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 중국기업 IPO 지원·현지 협력관계 구축 등 역할
결국 국내 증권사들은 선택한 방법은 대표처를 통한 자문·연락·시장조사 등 간접적인 활동이다.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 및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 투자와 연관된 중국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과의 협력관계 구축, 부동산PF, 부실채권 인수, 투자자문 및 중국기업의 증시 상장과 관련된 Pre-IPO 등 한국 본사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지난 2007년 3노드를 시작으로 중국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증시 상장함에 맞춰 중국기업 대상 IPO 업무가 강화되기도 했다. 현지 대표사무소가 대상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본사 IB가 계약 등 업무를 진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중국기업의 IPO도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상장을 추진중이던 기업들마저 철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인해 저평가 상태가 지속돼 자금조달이라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중국시장에서 큰 딜을 놓고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이나 경험이 국내 증권사에게 없다는 점도 한계였다.
조용찬 중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채권 정리나 해외투자, M&A 관련 딜의 규모는 1억달러 이상이고 1~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에 반해 국내 대형 증권사 IB팀의 운용 예산은 작고, 이런 딜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현지 인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2010년부터는 중국 정부가 외자 대표사무소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영리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을 해 본사의 수입에 기여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비용 기준으로 과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자본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정복하기엔 아직까지 험난한 고지로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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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