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향후 3년 내에 경착륙(hard landing)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라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온라인 금융매체인 마켓와치(MarketWatch)는 29일 홍콩발 기사를 통해 "19곳의 주요 글로벌 투자운용 및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9곳은 향후 3년 내에 중국이 경착륙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반면, 8곳은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위험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춘다고 밝힌 뒤에 세계증시는 동요했다. 중국은 이제 더이상 반쯤 차오른 물컵이 아니라 반쯤 줄어든 물컵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서 연평균 성장률 목표를 8%가 아닌 7%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장률 목표의 하향조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거나 지난해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긴축을 실시한 중국이 올해는 좀 더 성장 쪽에 주목하면서 완화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 "中 경착륙 임박 우려는 근거 없어"
다만 이번 조사 대상의 3/4인 14개 금융회사의 분석가들은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따른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우려가 근거가 있다는 곳은 3개 기관에 불과했다.
주요 투자전문회사들은 중국 경제의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쟁점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중국 정부가 경제 순항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의 스캇 매서 이사는 자체 분석 결과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나왔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높은 지위로 올라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이라고 해도 안심하기에는 너무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2위 경제로 도약한 중국은 앞으로 내수를 수양하고 이전보다는 느리지만 좀 더 지속가능한 성장 속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체제로의 이행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매서 이사는 "중국 경제를 수출과 고정자산투자에 덜 의존하는, 좀 더 균형잡힌 쪽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렇다고 급격한 성장 둔화나 붕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中 경착륙? 어떻게 정의하나
마켓와치는 금융시장에서 최근 몇 분기 동안 운위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는 명확한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 대상 19개 금융회사 중에서 5곳은 중국 경제가 7% 미만의 성장률로 둔화되는 것을 경착륙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1곳은 6% 미만 그리고 다른 5곳은 5% 미만으로 정의했다.
나머지 회사들은 구체적인 성장률이 아닌 성장률이 얼마나 빠르게 둔화되느냐에 달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이와증권의 중국 및 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해에 2%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를, 그레이터차이나 미래애셋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5%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경우를 각각 경착륙으로 정의했다. 씨티그룹의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연속 성장률이 7%를 밑도는 경우를 경착륙으로 볼 것이지만, 이것이 정부의 의도적인 경기 둔화 조치에 따른 것이라면 꼭 그렇게 규정할 수도 없다면서 정성적인 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핌코의 매서 이사는 5% 이하의 성장률과 금융시장의 큰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면 이것을 경착륙으로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매뉴라이프의 분석가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둔화되든지 간에 장기적인 성장전망을 낙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로 중국 경제는 최근 5년 동안 최저 9.2%, 최고 14.2% 속도로 성장해왔다.
◆ 경착륙 요인 판단 제각각
한편,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크게 엇갈렸다.
먼저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2010년 현재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제2위 수입국이라는 점 때문에 대외수요 변화나 다른 세계경제의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 ING 아시아태평양 투자자문의 선임투자담당 이사는 "중국 경제가 크게 둔화될 위험은 주로 나머지 세계경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곧 중국의 경기둔화는 이 나라 주요 교역상대국에게도 크게 충격을 줄 것이란 경고로 이어진다.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가 중국의 수요에 그리고 미국과 독일, 브라질도 중국 수입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외부요인은 중국이 제어할 수 없는 위험인 반면, 정부가 관리해야 할 내부적인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둔 중국은 새로운 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수에 의존하는 성장 경제로 전환을 이끌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위험"을 지적했다.
아예 중국 경제가 구조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조사업체인 아시아노믹스의 대표는 중국 경제가 아예 위축되는 극악한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너무 저렴한 자본을 쓸 때가 없는 곳에 과잉투자한 것 때문에 경착륙은 이미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애버딘 인터내셔널펀드의 중국 담당 수석은 2008년 리먼 붕괴 이후 2년간 과도한 대출 이후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제시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에 따른 거품 붕괴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크레디아그리콜 CIB의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가격의 급락으로 이미 이 시장의 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데, 주택건설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씨티그룹은 부동산부문의 위험에는 동의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시 투자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통제가능한 위험"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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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