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찬성' 일색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선 극히 일부긴 하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감시라는 중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거수기' 노릇에 불과했던 이들 역시 저축은행 인수건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했던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신한지주,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그룹 4곳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들은 예상대로 대부분 이사회 의결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안건 중 부결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저축은행 인수 안건에 대해선 일부 사외이사들의 경우 '불참'을 통해 표결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으며 특히 신한지주 유재근 사외이사는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석, '보류' 의사표시를 하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열린 신한지주 이사회의 안건은 저축은행(중앙부산, 부산2, 도민) 인수제안서 제출에 관한 사항. 이때 사외이사 9명이 참석했으나 '보류' 의견을 낸 이는 유재근 이사가 유일했다.
하지만 안건은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고 이후 유 이사는 한동안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11월 토마토저축은행 인수제안서 제출에 관한 이사회 의결이 끝나고 6개월만인 12월에야 이사회에 참석한 것.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유 이사의 경우 고령인데다 몸이 다소 좋지않아 작년 하반기에는 활동을 못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결의를 위해선 상당히 많은 분량의 자료가 준비되고 살펴봐야하는데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그룹 안팎에선 유일하게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던 사람이 유재근 이사가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회사측 관계자 역시 "일반적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정서상 어렵다. '보류' 의사표시가 사실상 반대 의사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평균 90%를 상회하는 신한지주지만 지난해 11월 토마토저축은행 인수제안서 제출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당시엔 유 이사 외에도 권태은, 윤계섭, 하라카와 하루키 등 3명이 불참했다. 구체적인 불참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극적 반대' 의견 피력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신한지주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 혹은 보류(유보) 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다만 안건이 꺼려질 경우 '불참'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3월 삼화저축은행 P&A관련 기본합의서 체결 안건이 올라왔을때 김학진 사외이사가 불참했고, 11월 토마토저축은행 P&A 입찰 참여에 대한 의결때 이용만, 김광의 사외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KB금융 역시 이사회 개최시 높은 참석률은 보이던 사외이사들이 유독 저축은행 인수관련 안건 의결시엔 두드러진 불참율을 보였다. 김영진 이사의 경우 두 차례, 이종천 고승의 이사의 경우 각각 한차례 불참했는데 이 때 모두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된 안건 의결이었다.
하나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상반기 4회에 불과하던 사외이사 불참 인원이 부실저축은행 인수 안건이 올라왔던 6월과 8월엔 모두 12회로 급증, 불참이 집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3개 부실저축은행의 P&A 입찰참여 등의 안건 당시엔 정해왕, 조정남 사외이사가 불참했고, 이후 8월10일과 19일 동일한 사안에 대한 안건 상정시엔 정해왕, 유병택, 이구택 사외이사 3인 모두 자리를 비웠다.
금융연구원 한 박사는 "사외이사가 경영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와 여건을 감안할 때 '불참'이란 것도 나름 용기있는 의사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지난해 받아간 1인당 평균 보수액은 KB금융 7650만원, 신한지주 6200만원, 하나금융 5750만원, 우리금융 33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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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