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전철 대체할려고 나왔냐?" 불만 가득
[뉴스핌=이동훈 기자] 국내에 준고속열차 시대를 연 ITX청춘의 운임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여기에 운행시간 단축효과도 크지 않다는 논란과 함께 왜 굳이 경춘선에 도입한 것인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준고속 열차라는 ITX청춘이 결국 경춘선에서 전철을 대체하려고 도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28일 운행을 시작한 ITX청춘은 서울 용산역에서 강원 춘천역까지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연결하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정작 속도에 비해 운임이 턱없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는 당초 ITX청춘의 운임을 용산~춘천 구간의 경우 어른 1만600원, 어린이 5300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ITX청춘은 준고속 열차인 만큼 철도규정에 따라 ㎞당 100.8원의 운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선 지자체들의 반발에 따라 결국 ITX청춘의 운임은 최종적으로 어른 9800원으로 인하됐으며, 그나마도 민원을 의식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6800원을 받기로 했다.
이 같은 ITX청춘 비할인 운임은 청량리~춘천 구간을 종전까지 운행하던 경춘 급행철도의 운임 2600원에 비해 약 4배가량 비싼 가격이며, 급행철도가 운행되기 전 청량리~남춘천 구간에 운행됐던 경춘선 무궁화호 철도의 운임인 2700원 보다도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ITX청춘은 이 같은 높은 운임에도 그다지 경쟁력이 없는 노선으로 꼽힌다. 우선 운행시간 단축 효과가 크지 않다. 상봉역에서 춘천을 잇는 급행 철도의 소요시간은 68분이며, 일반열차는 79분이 걸린다. 용산에서 춘천을 잇는 ITX청춘의 경우 직통은 68분, 일반열차는 73분이 소요된다.
물론 이는 상봉이 종착역인 급행전철과 달리 ITX청춘은 용산까지 연결되는 만큼 용산~상봉 운행시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급행철도가 용산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약 20분이 더 소요되는 만큼 결국 ITX청춘 승객은 약 20분 빨리 가는 댓가로 4배에 가까운 운임을 내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높은 운임은 ITX청춘의 '무늬'가 준고속열차라는 점에 기인한다. 실제 용산~춘천구간과 거리가 거의 비슷한(100㎞) 용산~천안구간을 운행하는 일반열차 '누리로'는 70분이 소요돼 ITX청춘의 용산~청량리구간 직통열차 운행시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운임은 5800원으로 ITX청춘의 특별할인 요금에 비해서도 1000원이 낮으며, 정규요금에는 60% 수준이다.
아울러 다른 직통 열차의 사례를 보듯 ITX청춘 직통 열차도 정차 역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 경우 ITX청춘의 운행시간 절감효과는 거의 없어지게 될 판국에 놓였다.
또 ITX청춘 노선이 경유하는 남양주시와 가평군 지역 주민은 난데 없는 '운임폭탄'을 맞게 됐다.
코레일과 국토부가 ITX청춘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상봉~춘천 급행전철을 완전히 폐지한데 따라 이 지역 주민들은 운행시간 단축 효과는 거의 얻지 못한 채 ITX청춘의 높은 운임을 감내해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경춘선 열차 승차는 이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들 지역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당장은 특별할인 운임이 적용돼 수요자들의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년부터 정규 운임체계가 도입되면 경춘선 철도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적인 문제도 지적된다. ITX청춘은 국토부가 열성적으로 홍보하는 '국내최초 2층열차'로, 지하철 플랫폼에 적용되는 고상홈에서만 정차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준고속열차임에도 ITX청춘은 전철 노선만 따라다닐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만약 저상홈인 일반 철도구간에 도입하려면 다시 차량에 계단 설치를 해야하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으며, ITX청춘의 경우처럼 전철 구간만 따라다닐 경우 시속 180㎞의 속도를 낼 수 없고 결국 시간 단축 효과 없이 운임만 올라가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ITX청춘을 서둘러 도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 개발한 준고속 열차를 선보이려다가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어 수익성이 보장된 경춘구간이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ITX청춘이 선진화된 철도차량인 것은 틀림없지만 준고속열차를 기껏 전철 대체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요금이 정상수준으로 복귀하면 ITX청춘의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ITX청춘은 또다른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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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