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3월 만기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주변국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부채위기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는 시작일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로존 주변국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까지 포함한 선진국 부채 문제는 종료될 가능성이 없고, 지속적으로 부채가 불어나다 한계 상황에 이르면 결국 디폴트로 종결된다는 주장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 필립 코간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국의 부채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난 40년간 누적된 주요국의 천문학적인 부채는 상환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 고령화 속에 한계 상황으로 치닫는 부채를 떠안은 선진국 정부는 이른바 양적완화(QE)라는 형태의 폰지게임을 벌이고 있고, 속아 넘어가는 투자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파경을 맞는다는 관측이다.
그는 선진국 부채위기 끝에 리먼 사태만큼 고통스러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단언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는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제조업 경기가 붕괴되며, 기업 파산이 줄을 잇는 비극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얘기다.
1980년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가 부채위기를 맞았을 때 씨티은행의 월터 리스톤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국가는 절대 파산하지 않는다. 언제나 국가는 빚진 것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잔치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코간의 주장이다. 지난 수십년간 자산 버블의 끝에는 반드시 붕괴의 과정이 찾아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
그리고 지구촌 경제의 현안은 선진국 부채 버블이다. 미국만 15조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고 있고, 노동 인구 축소와 의료복지 예산 증가 속에 이를 갚아나갈 길은 묘연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코간은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 또는 디폴트 등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한 가지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08년 금융위기가 다시 한 차례 강타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는 통화 가치에 커다란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코간은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새로운 질서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며 “차기 기축통화는 아시아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이 십중팔구 ‘메이드 인 차이나’이듯 새로운 질서도 중국의 손에서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