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국회·제약사…이해관계 따라 엇갈린 행보
[뉴스핌=서영준 기자] 감기약,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두고 이해당사자간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약사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각 이해당사자별로 감당해야할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는 관련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약사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도 입을 다문다.
복건복지부는 국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해 약국외 판매 가능 의약품을 선정하는 등 개정안 통과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법안 통과에 따른 향후 영향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복지부, 국민 편익 증진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 관련 논의는 오늘(13일)로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국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해 약사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국회외가 의약품 안정성을 이유로 개정안 통과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자 식품의약품안정청 검토가 끝난 약국외 판매 가능 의약품 24개를 공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7일 ▲해열진통제(타이레놀 4개, 브루펜 1개) ▲감기약(판콜 3개, 판피린 2개) ▲소화제(베아제 5개, 훼스탈 6개) ▲파스(제일쿨파프 2개, 신신파스에이 1개) 등 총 24개 품목을 약국 외 판매 대상 의약품으로 선정했다.
임신 중인 여성이 먹어선 안 되는 의약품, 오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향정신성의약품 합성원료를 사용한 경우 등을 식약청 검증 과정에서 제외시켰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만든 기준, 그리고 약사회에서 동의한 기준에 따라 통과시킨 것이 24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엔 19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 통과를 추진할 방침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의 경우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차기 국회에서 재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 앞둔 국회 '눈치보기'
복지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6만여명 회원에 이르는 약사회 눈치를 봐야하고, 국회 일정상 개정안 처리에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약사회 동의, 약품 오남용 방지, 안정성 등이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약품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은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사실 확인이 되면 보건복지위 전체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이 같은 입장에 여론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가 여야합의로 약사법 개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한 것, 의약품 안정성에 집중하는 것 등은 총선을 대비한 약사회 눈치 보기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국회는 약사들의 눈치 보기 행보를 중단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개정안 처리를 위한 일정 역시 촉박하다.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13일 법안소위에서 여야합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이 결의돼야 한다. 그러나 법안소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안소위를 통과하더라도 개정안 처리는 쉽지 않다. 임시국회 일정이 오는 16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개정안은 복지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거쳐야할 과정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다.
만일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6일까지 약사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4월 총선을 감안할 때 18대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제약사, 향후 대책 마련 분주
약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와 복지부의 갈등 속에 제약사들은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4월 시행될 일괄약가인하제도로 매출 급감과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약품 약국외 판매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제한적이나 일반의약품이 약국외 슈퍼나 마트에서 판매되면 신규 유통채널을 확보해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의약품 약국외 판매 추진 방침에 따른 향후 영향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경우 법안 통과에 따른 영향 파악과 함께 내부적으로 품목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선정한 약국외 판매 가능 24개 의약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선정 약품을 놓고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방법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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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