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스타 협상 전담, 외환은행 인수 어떤식으로든 마무리해야
- 한국투자금융부터 함께 한 김종열 사장, 비난 여론 모두 안고 가
- 당국 산업자본 판결 곧 나오면 외환은행 인수 승인 유력해져
[뉴스핌=한기진 기자] 백의종군(白衣從軍)을 택한 이상 머뭇거림이란 없다.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중대 결단을 밝혔다. “사퇴” 의사다. 그가 물러날 생각을 한 것은 꽤 오래됐다. “원래 1월중에 사의할려고 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룹의 사활이 달린 외환은행 인수, 그런데 외환은 노조나 사회 일각의 반발 여론…. 그는 자신의 책임이 반쯤 있다고 봤다.

그는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은 결심하면 확 터트린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출근길에 ‘오늘쯤 사의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예정된 일정대로 오전에 은행의 모 임원과 잠시 회의를 하고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모 경제신문사와 영자지를 찾았다. 오후에는 공중파 M사와 S사를 찾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오후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런 일(사퇴)은 시간을 두면 안된다.” 점심을 마치자 생각이 들었다. 회장을 바로 찾아가 “사퇴하겠다”고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론에는 “내가 관둬야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잘 안되면 복귀를 권유하겠다”고 했으나, 김 사장은 “이사회가 권유해도 안 한다”고 했다.
과감한 결단을 했지만 그 이유가 미심쩍다. 김 사장은 본인의 강성 이미지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사, 통합을 막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회장이 더 고통스러울 것, 내가 도와줘야 한다.” 김승유 회장을 괴롭히는 게 비단 노조의 반발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인수 반대 여론 무마용 카드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 사장이 홀로 짊을 멘 것이다.

12일에는 김 회장의 후계구도를 논의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보다는 사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 사장은 사의가 확고히 했다. 그래서 김 회장의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두 사람은 역할을 나눴다. 김 사장은 “PMI(언론), 학계 등은 내가 맡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협상을 전담한다. 회장이 물러나면 외환은행 인수는 ‘실패’다. 지분매매계약의 효력은 내달 29일까지다. 회장은 인수를 위해서도, 실패 시 사태수습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하나금융의 탄생 시발점인 한국투자금융에서 1978년부터 일해왔다. 김 회장과 함께 일한지도 30년 세월이다. 젊은 시절 법인 거래계좌를 만들기 위해 외환은행 지점서 하루 종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금도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임원이 된 동료들 보고 “000아”라고 이름만 부르며 편하게 지낸다. 김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런 회사를 위해 그가 가야할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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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