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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수 없는 김승유… 30년 동료는 백의종군

기사입력 : 2012년01월16일 16:23

최종수정 : 2012년01월16일 18:37

- 론스타 협상 전담, 외환은행 인수 어떤식으로든 마무리해야 
- 한국투자금융부터 함께 한  김종열 사장, 비난 여론 모두 안고 가
- 당국 산업자본 판결 곧 나오면 외환은행 인수 승인 유력해져


[뉴스핌=한기진 기자] 백의종군(白衣從軍)을 택한 이상 머뭇거림이란 없다.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중대 결단을 밝혔다. “사퇴” 의사다. 그가 물러날 생각을 한 것은 꽤 오래됐다. “원래 1월중에 사의할려고 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룹의 사활이 달린 외환은행 인수, 그런데 외환은 노조나 사회 일각의 반발 여론…. 그는 자신의 책임이 반쯤 있다고 봤다.

                     <김승유 회장>
하지만 그는 타이밍을 기다렸다.시간이 흐르고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 미뤄져서 일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은 결심하면 확 터트린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출근길에 ‘오늘쯤 사의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예정된 일정대로 오전에 은행의 모 임원과 잠시 회의를 하고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모 경제신문사와 영자지를 찾았다. 오후에는 공중파 M사와 S사를 찾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오후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런 일(사퇴)은 시간을 두면 안된다.” 점심을 마치자 생각이 들었다. 회장을 바로 찾아가 “사퇴하겠다”고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론에는 “내가 관둬야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잘 안되면 복귀를 권유하겠다”고 했으나, 김 사장은 “이사회가 권유해도 안 한다”고 했다.

과감한 결단을 했지만 그 이유가 미심쩍다. 김 사장은 본인의 강성 이미지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사, 통합을 막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회장이 더 고통스러울 것, 내가 도와줘야 한다.” 김승유 회장을 괴롭히는 게 비단 노조의 반발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인수 반대 여론 무마용 카드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 사장이 홀로 짊을 멘 것이다.

                         <김종열 사장>
김 사장 사의 직후 며칠 뒤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막바지 법률 검토 작업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는 27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따지고 내달이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심사 요건인 재무건전성, 인수자금의 적절성, 인수후 사업계획의 타당성, 시장지배자 여부 등에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승인이 유력하다.

12일에는 김 회장의 후계구도를 논의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보다는 사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 사장은 사의가 확고히 했다. 그래서 김 회장의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두 사람은 역할을 나눴다. 김 사장은 “PMI(언론), 학계 등은 내가 맡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협상을 전담한다. 회장이 물러나면 외환은행 인수는 ‘실패’다. 지분매매계약의 효력은 내달 29일까지다. 회장은 인수를 위해서도, 실패 시 사태수습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하나금융의 탄생 시발점인 한국투자금융에서 1978년부터 일해왔다. 김 회장과 함께 일한지도 30년 세월이다. 젊은 시절 법인 거래계좌를 만들기 위해 외환은행 지점서 하루 종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금도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임원이 된 동료들 보고 “000아”라고 이름만 부르며 편하게 지낸다. 김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런 회사를 위해 그가 가야할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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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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