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강만수 산은금융그륩 회장은 취임 10개월 만에 민영화의 첫 단추를 뀄다. 방식은 기업공개(IPO)다.
지난해 초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그룹으로 온 것은 그가 산은 민영화 추진의 적임자였기 때문이란 평이 나올 정도로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대주주인 정부측과의 조율과정 및 총선과 대선 등 선거정국, 불확실한 증시 등 변수는 여럿 있지만 강 회장의 현 입지를 생각하면 가능할 듯도 싶다. 과연 증시 전문가들은 연내 IPO를 통한 산은의 증시상장 가능성을 어느정도로 보고 있을까.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
◆ 산은 IPO 가능할까...증권가 시각은?
일단 증권가에선 산은의 증시 상장 추진에 관심은 보이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총 지분의 10% 매각 추진 계획을 밝힌 강 회장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상장규모는 1조 8000억원 수준. 물론 이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가정한 규모다. 이 정도 물량은 2010년 삼성생명 상장이래 최대 규모다. 보통 기업들 IPO 한 건에 수억 원 정도의 수수료를 생각하면 이번 산은 상장에 증권IB들로선 불을 켜고 덤벼들 만하다.
지난 2010년 5월 상장한 삼성생명의 경우 주관사와 인수단 수수료로 총 공모금액(4조 8881억원)의 1.2%에 해당하는 586억원을 풀었다. 삼성생명은 인수비율에 따라 0.8%p, 기여도와 성과별로 0.2%p, 초과성과수수료 명목으로 0.2%p를 각각 배분했다.
산은 민영화 이슈에 대해선 증권IB 관계자들 말고도 펀드매니저, 은행담당 애널리스트,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역시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메리트가 현격히 낮아지긴 했지만 금융섹터를 일정부분 들고가는 플레이어들로선 시중은행 등 기존 은행주에 미칠 후폭풍도 가늠해봐야 한다.
물론 이 같은 관심과 분석이 지나치게 앞서간 측면은 있다. 아직 장외에서 거래도 안 되고 있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가 불가능한 데다, 정권말기에 접어들며 민영화 추진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발빠른 분석가들은 하나 둘 분석에 나섰고, 증권IB들은 주관사 선정 등 향후 상장추진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내 한 대형증권사 IPO팀장은 "일단 상장추진 계획을 공식화했으니 조만간 주관사 선정 등 상장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준비에 착수하고 있다"며 "공모금액 자체가 조 단위로 크다보니 수수료를 생각하면 증권사 IPO 담당자들로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경쟁 또한 치열할 것 같다"고 전해왔다.
대형 금융그룹의 상장인 만큼 경쟁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증권사들의 경우 주관사 낙점 가능성은 다소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예컨대 대형 증권사 중에 우리은행을 계열사로 둔 우리투자증권이나 신한은행을 둔 신한금융투자 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IB 한 관계자는 "실사과정에서 산은의 모든 고객정보 등이 드러나기 때문에 주관사 선정에도 경쟁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증권IB의 경우 선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과거 대한생명 상장 주관을 하면 삼성생명 주관을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제를 감안할 경우 대형 증권사 가운데선 삼성, 한투, 현대, 동양,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대표 주관을 맡을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 가늠 어려운 밸류에이션
증권IB와 달리 증시 투자자들은 산은이 상장할 경우 늘어나는 공급물량을 가장 걱정한다. 그러잖아도 최근 증시가 불안하고 올해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여타 금융지주회사가 여럿 있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전체 금융주 시총이 늘어나니 포트폴리오 비중도 다소 늘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요즘같이 불안한 장에선 기존 은행주 포트 비중을 유지하면서 종목만 조정할 수도 있다"고 전해왔다.
물론 이들 공통의 관심사는 밸류에이션 산정, 즉 얼마나 싸게 나오느냐다. 신규 상장물량에 상관없이 싸게만 나온다면 개인, 기관, 외국인투자자 할 것 없이 참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기존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대한 지분 매각 사례를 떠올리면 매력적인 가격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세수확보를 위해 가격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도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많았던 대한생명 상장만 생각해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메리트 소멸과 저평가 상황 역시 산은의 IPO 가능성을 더 떨어뜨린다.
현재 여타 금융지주회사들 PBR의 경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 신한지주인데 겨우 0.7배 수준. 우리금융의 경우 0.4배 수준이다. 대부분 은행 및 지주회사 ROE(자기자본이익률)가 10%대 이상임에도 이 정도인데 ROE가 7% 안팎에 불과한 산은의 경우 밸류에이션을 그 이상으로 받긴 불가능한 것이 현실.
결국 제값을 받으려는 정부와 가능한 한 가격을 낮추려는 시장 간 줄다리기 속에서 정권말기 공기업 매각에 대해 책임을 질 만한 이도 없다. 이번 산은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작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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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