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기자] 이번 주에도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動因)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나온다.
가장 큰 이벤트는 주말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다. 풍선처럼 부풀어진 유로존 채무위기를 잡기 위해 EU 정상들은 9일 브뤼셀에서다시 머리를 맞댄다.
투자자들은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올해 마지막 회동에서 과감한 해법을 마련해주길 고대할 뿐이다.
지난주 증시는 2년여래 최대 주간 상승폭을 작성했다.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저렴한 이자율로 달러화 대출을 해주겠노라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태 유럽중앙은행(ECB)의 신임 수장인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1일 "역내 정치 지도자들이 9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재정 규율에 합의할 경우 ECB가 채무위기 수습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럽의 채무위기를 둘러싼 진행상황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만든다.
시장은 가을 내내 유럽발 헤드라인에 휘둘리며 등락을 거듭했다. 다음주 최대 이벤트인 유럽연합 정상회담은 유로존 채무위기가 불거진 이후 이번으로 벌써 15번째이다.
투자들은 이제까지의 14차례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가 "역시나"하는 실망감을 맛보았다. 매냥 그 장단에 그 가락이었다.
지금까지 ECB는 유로존의 '최후 대출자' 역을 담당하라는 세계 지도자들의 압력을 뿌리쳐왔다. 하지만 ECB가 EU협약을 앞세워 유럽 재정위기를 진화할 소방수역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더이상 밀쳐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다.
유럽 신용시장은 유로존 붕괴, 혹은 한 개 이상 회원국의 채무불이행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로 최근 수주간 수익률 급등세를 보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5일 파리에서 회동, 유럽정상회담에 제안할 양국의 공동 제안을 조율한다. 이들이 내놓을 제안에는 유로존 역내 국가들의 재정규율 강화를 위한 EU협약 변경도 포함된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이들이 채무위기를 완화할 진전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S&P500지수는 2009년 3월 이래 최고 주간 실적인 7.4%의 상승폭을 작성했다.
유로존에서 부정적 헤드라인이 날아들 가능성으로 시장은 이번주에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이지만 정치 지도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증시 전략가인 필 올랜도는 "우리는 최근 그들(정치 지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정책 변화를 목격했다"며 "그들은 지금이 유럽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겪고 있으며 우리가 2007년에서2009년 사이에 취해야 했던 조치들을 그들 역시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사 유럽 지도자들이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해법을 찾아낸다 해도 실질적인 정책 집행상의 어려움으로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유로존내 중심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차입경비는 현재 유럽의 저성장 경제 환경하에서 지속불가능한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이 때문에 재정불량국들에 대한 초긴축 정책과 같은 필수불가결한 위기해소 조치들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유럽은 이미 경기침체의 사정권에 들어서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반기에 유럽이 리세션의 늪에 빠져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주 발표될 미국의 거시지표들은 별로 없다. 미공급관라자협회(ISM) 서비스업지표와 주간신규실업청구수당건수, 교역수지 정도가 거의 전부다.
12월의 두번째 주 역시 유럽발 헤드라인의 지배를 받는 불확실한 장세가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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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