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유로존 은행들이 그리스 부채 대손상각 규모를 둘러싸고 역내 정치인들과 거대한 판돈이 걸린 포커게임을 펼쳤다.
그러나 채무위기 해결안 도출을 위한 유로존 정상들의 2차 회동을 불과 수시간 앞둘때 까지도 은행 손실분담 폭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로존 정책결정자들은 은행들이 1000억 유로(1390억 달러)의 손실을 감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역내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 가치는 50%가 축소된다. 이에 따른 충격을 부분적으로 보상해주기 위해 정치인들은 소규모 현금지원(cashback) 플랜을 끼워넣었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 7월에 제시된 안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은행들이 유럽 구제금융 비용의 일부를 납세자들과 함께 분담하라는 것이 골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정부가 요구하는 헤어컷 폭을 받아들일 경우 은행과 보험사들은 현재 보유중인 그리스 부채 100유로당 15유로의 현금과 30년 만기, 이자율 6%의 쿠폰 본드(coupon bond)를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중인 이같은 논의는 은행들의 자발적인 헤어컷을 통해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를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일으킬 경우 예측불허의 신용부도스왑(CDS) 옥션을 촉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베니젤로스의 제안은 순 현재가치(NPV) 기준으로 58%~61%의 대손상각에 해당한다. NPV는 향후 이자지급액에서 향후 30년간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는데 따른 리스크를 제외한 가치를 뜻한다.
일부 은행들은 이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월의 구조조정안과 이번 안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신규발행 채권의 경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보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신 현금 지급이 새로운 인센티브로 제시됐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의 로비에 합세한 은행들은 당초 40%의 헤어컷 만을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것도 담보 형태의 보증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양측의 협상은 NVP의 50% 축소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소식통은 더 큰 손실분담을 감당하는 대신 현금 인센티브를 받는 안이 점차 지지폭을 넓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과 현금과 쿠폰 채권의 비율이 헤어컷 수준의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최종안과 여기에 포함될 대안들은 앞으로 수일내에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 지도자들은 유럽 은행들이 1000억~1100억 유로의 자본확충을 필요로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그리스에 대한 최종안과 EFSF 강화론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2차 정상회담의 목표는 그리스 부채를 2020년까지 GDP의 120%로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50%의 헤어컷을 시사한다.
유럽집행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부채를 GDP의 110% 수준으로 끌어내릴 경우 채권보유자들은 60%의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민간부분이 보유중인 그리스 국채는 2060억 유로 규모이기 때문에 50%의 헤어컷은 은행들이 1030억달러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 기업들은 800억 유로 상당의 자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그리스 은행들이 이 가운데 450억~500억 유로를 쥐고 있다.
헤어컷으로 피해를 입게 될 그리스 은행들은 역내 은행 재자본화안에 따라 300억 유로의 정부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되면 그리스 정부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갈 구제금융 규모는 700억유로 정도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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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