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키로 했다. 내년 자동차 시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유럽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시장 성공에 그치지 않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질적성장을 이루겠다"며 "전략형 차종 출시와 현지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양적성장을 통해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질적성장을 통해 글로벌 메이커들과 진검승부를 겨뤄보겠다는 의지에서다.
최근 i40와 i30를 잇따라 출시한 것도 유럽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행보다.
유럽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양사를 합쳐 5% 수준이다. 단적으로 지난 9월 현대차는 30만4540대, 기아차는 21만3433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에겐 성에 차지않는 시장 점유율이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내년을 기대할 만한 수치다.
◆ 전략형 신차 출시로 판매 확대
현대∙기아차의 유럽공략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기아차의 현지 전략형 차종인 씨드(C'eed)를 출시한 것.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된 씨드는 2007년 12만3091대를 판매되며 유럽 전략형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기아차는 이후 2009년 국내차 모닝의 유럽 전략형 버전인 '벤가'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도 2008년 12월에 뉴클릭의 유럽 전략형 모델인 i20를 시작으로, 2010년 10월 ix20을 유럽시장에 내놓고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한-EU FTA 체결로 유럽 자동차 시장 진입을 위한 장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i40와 i30를 통해 유럽시장에서 글로벌 톱 메이커로 인정 받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현지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i40는 '유러피언 프리미엄 신(新)중형'을 표방하며 기존 중형차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경쟁 차종이라고 볼 수 있는 폭스바겐의 파사트를 능가하는 연비와 주행성능을 갖췄다.
또한, 디젤차량을 선호하는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춰 1.7 VGT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서 유럽 현지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i30 역시 유럽시장 공략의 선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콘 회장이 i30를 직접 체크해 본 뒤 상품성에 놀라는 영상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보았을 정도로 신형 i30의 상품성은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올해 2월 러시아에 출시한 러시아 전략형 모델인 '쏠라리스' 역시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쏠라리스는 국내의 신형 엑센트를 현지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선한 차량으로, 저기온 시동 배터리, 4리터 대형 워셔액 탱크, 타이어 머드 가드, 윈드쉴드, 와이퍼 결빙 장치, 급제동경보장치, 고수명 헤드램프 등을 장착해 현지 사정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 철저한 현지화 노력..눈높이 마케팅 전략
현대·기아차가 향후 유럽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는 현지화 전략이 정착단계에 들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터기, 체코, 러시아, 슬로바키아 등에 현지공장을 운영하면서 유럽 소비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터키공장은 현재 라비타 생산 단종으로 i20, 구형 베르나(MC) 2종을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신형 엑센트(RB)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체코공장은 ix20, i30 ix35(투싼ix) 등 세 차종을 생산 중이다. 올해 7월부터 기존에 혼류생산하던 기아차 벤가는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공장은 현대차의 쏠라리스(RBr)와 올해 8월부터 양산된 기아차의 현지 전략형 모델인 뉴리오(QBr)를 생산하고 있다.
슬로바키아공장은 씨드에 이어 제2의 유럽 전략차종이 될 소형 MPV 벤가를 본격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기지의 완성으로 유럽 전역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판매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지 내수 공급과 함께 주변국의 수출로 유럽시장 공세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공장 운영과 함께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눈높이 마케팅도 향후 시장 공략 전망을 밝게 한다.
현대·기아차는 독일과 프랑스차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우선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상품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마케팅 전략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단적으로 현대·기아차는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과 문화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FIFA 주관 행사를 공식후원하고, 축구 못지 않은 인기 스포츠인 테니스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또, 문화마케팅 일환으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 현악4중주의 유럽 4개국(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순회공연을 후원하는 한편, 지난 8월 독일에서 '2011 현대 썸머 콘서트'를 개최해 고품격 문화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법인 관계자는 "시승행사를 수시로 실시하며 현대·기아차의 우수한 상품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획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재구매 고객 할인 프로그램 등 합리적인 성향의 유럽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판매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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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