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 모인 30대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들은 현대제철을 비롯한 제강사의 철근값 인상 및 공급중단에 항의하며 특정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과 수입산으로의 대체, 규탄집회 등을 논의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급은 무시한 채 원가논리만 내세우는 제강사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특히, 공급중단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술수로, 제강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건설사들은 지난달 제강사들이 t당 5만원의 할인폭 축소를 통해 철근 공급가격을 인상하자 세금계산서 수취거부 등을 통해 사실상 납품대금 결제를 거부했다.
이에 제강사들은 지난 17일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전 제강사들이 공급중단에 동참하며, 건설사에 대한 철근 공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제강사들은 지난달 건설사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이 1500~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임금 상승 등 무수한 원가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기준가격보다 t당 9만원이나 할인해 판매하던 것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려고 할인폭을 축소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6년으로 되돌아가 보자. 그 해 5월 1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모인 20여명의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들은 현대제철을 상대로 한 불매운동과 항의집회, 수입확대 등을 논의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제강사들이 할인폭 축소를 통해 철근값을 인상하자, 이를 주도한 현대제철을 제재하겠다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앞서서는 일부 전문지에 현대제철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내용의 비난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을 공급하는 제강사와 수요사인 건설사의 철근값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과 올해 뿐만 아니라 해마다 철근값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며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진 최근 몇 년간은 그 정도가 심해져 서로에 대한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사나 제강사 모두 어려움에 빠진 요즘의 현실에서 안철수식 아름다운 양보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3자적 관점에서 가격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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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