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뉴욕 이강규 기자]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둠속에서 공포감만 부피를 키워간다.
도대체 발 밑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확신을 갖고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 뿐이다. 자연히 시장의 변동성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번 주 증시의 키워드는 '변동성'이다.
8월의 첫째 주는 참담했다. 주간 손실은 3년래 최악이었고 S&P500지수는 조정영역으로 떨어졌으며 연말 전망은 이미 낮아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금과 스위스 프랑등 안전자산은 증시를 이탈한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랠리를 펼쳤다.
미국의 경제는 멈춰서기 직전 상태다. 반등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적자감축안에 따라 지출이 줄어들면 경제활동은 더욱 타격을 입게 된다.
앞길이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씨티그룹의 전략가 제이미 실은 "변동성"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시장의 공포감을 측정하는 척도인 CBOE변동성지수(VIX)는 지난 목요일(4일) 2007년초 이래 백분율기준으로 최대 하루 오름폭을 기록했다.
6월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은행이 시장에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지할 수 있었다. QE2로 알려진 600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시장에 현금을 쏟아부으며 금리를 낮추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젠 흘러간 이야기다.
미국을 디폴트의 벼랑끝으로 내몰았던 워싱턴의 채무한도증액 협상과 지출삭감을 둘러싼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의 뒷끝이라 재정 부양책을 기대하기 힘들다.
화요일로 예정된 연준의 정책모임에서 추가 통화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윈담 파이낸셜 서비시즈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폴 멘델슨은 "우리가 처한 채무상황을 감안하면 재정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불협화음이 너무 큰데다 기능성조차 신통치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벤 버냉키 연준의장도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않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경제성장과 심각한 국가 채무를 다룰 대서양 양안 정치 지도자들의 능력 부족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또다른 경기침체의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디폴트 우려는 가셨지만 미국이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빼앗길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유럽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국들을 강타한 채무위기가 유로권역 3위의 경제규모를 지닌 이탈리아를 집어삼킬 기세다.
지난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10년래 치고수준으로 뛰어오르며 로마의 지속적인 차입능력과 균형예산 도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금요일 뉴욕증시 장 중반 이탈리아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본조달 지원을 받는 대가로 내핍조치와 웰페어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탈리아가 다급한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 공포의 확대재생산
지난 10거래일 가운데 아홉차례 하락한 S&P500지수는 7.2% 하락한 채 8월의 첫 주말을 접었다. 이는 2008년 11월 세번째 주 이래 백분율 기준 최대 주간낙폭이었다.
광범위한 투매가 이뤄지면서 지난주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116억주로 지난주까지의 올해 일일 평균치인 75억 주에서 무려 55%가 급증했다.
이같은 공황매도 현상은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꺽어놓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선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다. 기업들은 수요 감소로 상품과 용역을 팔 수가 없게 돼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노트 회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주가가 올해 두자릿 수 상승률을 무난히 작성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그러니 7%~8% 정도 상승은 보수적 예상치에 해당하겠지만 현재 시장이 산정한 수치는 3%~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GDP 전망치 하향조정과 취약한 글로벌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표들로 인해 올해 하반기 경제가 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물건너 갔다.
펀드사인 '파르, 밀러 앤 워싱턴'의 은행 분석가 케이스 데이비스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3% 근처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적으로 어림 없는 소리"라며 "3분기가 대단히 더딘 팽창세를 보이며 출발하자 시장 전문가들이 다투어 성장 예상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금요일 크레디트 스위스는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1450에서 1350으로 7% 축소조정했다. 2012년 연말 목표로는 1400을 제시했다.
물론 이와는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이들 역발상 투자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공포감을 떨쳐내고 시장에 다시 뛰어들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저가매수의 호기라는 논리다.
이들중 한명인 빌라타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마스 빌라타는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이탈을 불러올 것이라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ng prophesy)"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말동안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상황을 재평가하면서 시장은 지난 주에 비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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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