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말기 장관들 가운데 가장 돋보여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정책성 발언들이 하나둘 씩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내 여러 장관들 중에 유독 최 장관의 발언이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최중경 "에어컨과 선풍기 절약" 발언, 현실인식 결여
가장 큰 이유는 최 장관의 발언이 두루뭉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확한 현실 인식을 결여하고 있어 말에 힘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거기다 최 장관이 워낙 다양한 정책 분야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요한 발언 자체가 많아 실수할 가능성이 높고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마치 숫자에 밝은 이들이 폭넓은 사고와 이해 능력이 필요한 논리 과목에서 고전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최 장관 자체가 언론플레이를 통한 이슈메이커로서 이미지 부각을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화제가 된 에어컨과 선풍기 절약 발언도 그렇다.
최 장관은 지난달 22일 '여름철 전력대책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멘트를 날렸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에어컨을 하루 트는 만큼의 전력량이면 선풍기를 한 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성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 장관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뭉뚱그려 함께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말함으로써 현실 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 최 장관 야심찬 아이디어 정책들, '도마 위'로 직행
이와 함께 최 장관은 최근 "판매가 높은 주유소 500곳의 장부를 들춰보겠다"는 발언도 내놔 화제가 됐지만 그다지 실속은 없었다. 오히려 즉각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또한 이에 속편 격으로 과연 최 장관의 아이디어인지조차 의심스러운 대안주유소 관련 발언도 그렇다.
이른바 대안주유소 정책의 요지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 정부가 기존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대폭 저렴한 사회적 기업형 프랜차이즈 주유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 장관이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 가운데 하나로 '주유소 500곳 장부조사' 발언이 파문이 되자 현실적인 기름값 잡기 대책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 종사자들이 결사반대하며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 치는 가운데 정유업계나 석유유통업계나 전문가들도 기름값 낮추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최 장관은 자신의 대안주유소 아이디어에 대해 "그래도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자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중경 애플 발언도 '겉햝기식', 업계 "현실 몰라"
최 장관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정책을 주장하면서 "미국 애플이 국내기업에 이메일을 보내 구리값 폭등으로 원가압박을 받을 테니 납품단가를 20% 올려주겠다고 했다더라"고 여러차례 발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애플에 납품되는 부품들에서 구리가 사용되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구리값이 오른다고 해서 부품생산 원가에는 그다지 심각한 영향이 없다. 따라서 애플이 20%까지 납품단가를 올려줄 것이라는 설득력있는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 장관은 이같은 발언을 자신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모범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애플이 납품가를 올려줄 때에는 무조건적으로 하지 않고 분명 그만큼 강력한 부대 요구조항을 덧붙인다는 것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최 장관이 애플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치 파인애플의 알맹이는 빼고 겉껍질만 햝으면서 과연 파인애플 맛이 대단한 거 같다고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최중경, 재벌오너 가신그룹 월급 10% 깎겠다고 했어야
이와 함께 최 장관은 전일에도 다소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을 10% 삭감하면 청년 일자리 1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즉각 파문이 일자 지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장관이 개인적 조사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성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 장관의 정책 방향 언급에 대해 지경부가 부랴부랴 나서 해명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최 장관은 여기서도 대기업 임원들은 오너 일가 및 친족들과 오너 직계형 가신 그룹이 있고 그 밖에 하부 층의 전문경영자 그룹으로 나눠진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그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그룹 오너 층을 겨냥하지 못하고 이들의 연간 수입보다 10분의 1, 100분의 1의 연봉을 받고 있는 일개 전문경영자 임원들까지 싸잡아 대기업 임원이므로 월급을 깎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오너나 가신그룹들이 받고 있는 과도한 월급을 깎자고 하는 것은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경영진내 하부 층 월급장이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도록 충분히 악용 가능한 발언을 내놓는 것은 산업계를 총괄 감독하는 대한민국 지경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발상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 임원과 같은 전문경영자들은 아무리 재벌들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 크던 작던 노력을 통해 자기분야에서 최소한의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다.
최 장관은 이 발언에 대해 "재벌그룹 오너와 가신그룹들의 연봉을 10% 줄여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라고 콕 찝어서 얘기했다면 어땠을까? 분명 최 장관은 또다른 관점에서 평가받았을 것이다.
최 장관의 발언들은 분명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들과는 분명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 장관의 발언은 현실 인식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마치 당구알이 잘못 맞는 것과 같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