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은 예치금 들고 달아나
[뉴스핌=백현지 기자] 1990년대 말 동대문을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진 테마쇼핑센터는 대학가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이들 테마상가들은 방만한 운영과 심지어 횡령 사건까지 나타나며 부실로 얼룩진 상황이다.
지난 주말 찾은 신촌 기차역 인근 M 대형쇼핑몰은 가뜩이나 인적이 뜸한데다 궂은 날씨에 손님이 끊긴 상태다.
신촌 기차역 인근은 주변에 규모가 큰 대학들이 위치했을 뿐 아니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연세대와 이화여대 일대를 포함한 신촌동은 하루 유동인구가 11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쇼핑몰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는 손님만이 가끔 오갈 뿐 내부 상가는 스산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다른 A쇼핑몰도 스산한 모습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 쇼핑몰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정작 대학생들은 많이 오가지 않고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만이 오간다”며 “역세권이긴 하나 손님이 안까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3.3㎡당 분양가는 5500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달했다. 특히 출입구 인근, 에스컬레이터 주변 등은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의 10%정도를 개발비로 따로 책정됐다.
흔히 1구좌(3.3㎡)당 관리비가 월 17만~18만원 선이며 여기에 개발비 즉, 시설홍보, 영업활성화 등의 명목으로 상가번영회에 구좌 당 관리비와 비슷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애초 관리비만큼의 개발비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관리비의 방만한 운영과 함께 예치금 횡령 문제도 발생했다.
한 상인은 “지난해 말 관리단이 입주상인들의 예치금과 운영자금을 가지고 날랐다”며 “여기 입주한 상인들은 3개월 분의 관리비를 예치했는데 이것을 가지고 잠적해 상가가 잠시 폐점상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쇼핑몰은 지난해 말 단전, 단수로 쇼핑몰 운영이 일시 중단됐으며 지금 상인들이 전기세 등을 납부해 사업을 재개했으나 개점 휴업상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대형 쇼핑몰을 정확한 분양 절차, 분양가 등도 명문화하지 않은 채 시작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쇼핑몰의 관리 회사는 분양받을 때 이미 상가번영회 등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개발비, 관리비를 관리단이 임의로 사용해도 제재 근거가 부족해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테마쇼핑센터 개장 당시 입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채 분양해 이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를 오가는 유동인구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이 쇼핑몰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는 인근 대학에서 몇 년째 재학중이나 영화관을 제외하고 이들 테마쇼핑몰을 이용해보지 않은 학생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중국인 혹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쇼핑을 위해 방문하기보다 관광지로 신촌을 방문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약한 편이다.
한 대학생은 “학생들이 구입할 만한게 별로 없다는 느낌”이라며 “게다가 상가 공실이 너무 많아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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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