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금융투자협회의 핵심 정회원사의 전현직 대표 12명이 주식워런트증권(ELW)부당거래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당한 터 인지라, 협회장으로서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게다.
그런데 고약하게시리 이번 사장단 무더기 기소건이 마냥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속앓이성 문제라 황회장으로서도 이래저래 난감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속앓이성 문제’라 아프다고 병원을 내놓고 찾아 다닐 수도 없다. 몇몇 피기소인들은 ELW 스캘퍼( 초단타 매매자)부당 영업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증권업계 초유의 사태인 사장 12명 기소사건에 대해 업계 대표가 계속 ‘모르쇠’로 입을 씻을 수도 없으니 관록의 황 회장 행보가 궁금해진다. 사실 제3자격인 협회장이 이 사건에 뛰어드는 게 더 모양새가 어색할 수도 있다.
수사당국과 피의자 혹 피기소인간의 진행형 사실규명다툼에 타인이 할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자칫 엉뚱한 억측과 의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에 기소된 증권사 사장들 혐의건이 회사별로 경중의 차이와, 또 해당 증권사들 입장도 “우리는 저 회사와 사정이 다르다”는 식으로 제 각각이어서 금투협이 한 목소리로 나서기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 대표로서 주어진 권한과 책무범위에서 ‘업계의 입장’을 당당하게 대변해야 한다는 게 적지 않은 업계 종사자들 바람이자 속내이다. ‘업계의 입장’이란 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증권금융산업(상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게 그 요체다. 혹 있을 범법요소를 변명하자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금융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 마켓팅 기법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 스캘퍼(초 단타 매매자)수사가 증권사 경영진 개인수사로 비화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ELW상품의 탄생구조 및 매매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등 업계내 반박 혹 항의성 주장을 차분히 정리해 금투협의 이름으로 더 공신력있게 해명해줬으면 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 협회가 입을 다무는 동안, 증권사의 신뢰가 그만큼 떨어진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금투협은 이와관련, “현재 해당 증권사별 대책마련이 진행중이고 이후 적정시점에 금투협(협회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금의 협회입장을 이해해주길 요구한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사건을 시기적으로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실 저축은행 수사결과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와중에 사장단 12명 기소라는 ‘규모의 충격’을 주면서 증권사 부당거래의혹을 여론 한 복판에 올린 게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막연하고 자의적인 주장이겠지만 이런 추측이 나오는 자체가 증권업계가 그만큼 긴장하고 당혹스러워한다는 방증이다.
물론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부당,과당경쟁틀속에서 발생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게 공정경쟁의 마당을 만들 수 있는 자성의 교훈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증권금융산업의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행여 여론단죄식으로 사건이 몰려가면서 ‘도매금 희생양’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 증권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종사자들은 우려한다. 증권산업은 신용과 신뢰의 비즈니스이기에 더욱 그렇다.
증권사 사장단 무더기 기소건이 황건호 회장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속에서 업계위상을 끌어 올리고 최근 아시아권역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증권업협회 협의회(ICSA)회장이 된 황 회장. 황 회장이 이 묘한 국면에서 그 만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지 업계는 그들대로 지켜보고 있다. / 증권부장 명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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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명재곤 기자 (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