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검찰의 서슬퍼런 칼날에 증권업계내 특급 비상경보가 울렸다.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있던 증권사 전현직 대표 12명 전원이 기소되자 여의도 증권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3일 ELW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국내 12개 증권사의 대표이사 및 핵심임원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스캘퍼 18명과 전·현직 증권사 직원 5명도 기소키로 결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ELW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리를 진행해 왔다. 이후 3월 말 일부 증권사에서 일명 '스캘퍼'라 불리는 초단타 매매자들이 불공정 거래를 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압수수색의 대상은 확대됐다. 증권가를 향한 검찰의 검풍을 알리는 전조(前兆)였다.
사실 ELW시장의 불공정 거래 문제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이다. 스캘퍼를 중심으로 진행된 시세조정과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의 '모르쇠'는 복잡한 파생상품 시장의 성격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무덤이 돼 왔다.
스캘퍼들의 시장 교란 혐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위탁매매 점유율과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이들을 이용한 증권사들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모 증권사 대표를 곧장 소환해가는 검찰의 행동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찜찜함이 묻어있다. 모든 문제가 검찰을 통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검찰 만능주의'가 떠오른다면 기자의 지나친 착각일까.
정황상 스캘퍼와 증권사 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추측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또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닌 증권사 역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검찰의 수사진행 과정은 '오버'한 감이 없지 않은 점도 있다는 게 여의도 시장 관계자들 속내다.
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라 뭐라 입장을 밝힐 순 없지만 사장단의 불구속 기소는 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싶다"며 "일각에서는 그간 저축은행 등의 이슈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뭔가 보여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검경 수사권논란등 이러저러한 정치 공학적 환경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검찰의, '검찰다운' 수사라는 냉소적 풀이도 없지는 않다.
수장의 재판행자체가 증권사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와 시장의 분위기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임을 고려해 봤을때도 이번에 검찰이 든 회초리는 증권업계에 큰 상처를 남길 것이 불보듯 훤하다. 금융은 신용, 신뢰산업이고 대표는 그 책임자이다.
현재 ELW시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 이후 고점 대비 절반 이상으로 축소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제 국내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기관 및 외국 투자자들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이제는 증권사들이 스스로 나서서 시장을 정화하려 노력해야 할 때인만큼 성실한 LP활동으로 ELW시장을 살려야 한다"며 "또한 당국 역시 무조건적인 형벌 보다는 LP 평가제도 강화나 투자자 보호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시장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시장 한국, 검찰이 증권가에 내리친 이번 회초리가 국내 ELW 시장을 위한 진정한 약(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수사당국도 증권업계도 자기 일을 분명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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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