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은 엠코와 합병설 '부인'
[뉴스핌=홍승훈 기자] 현대건설 주가가 또다시 늪에 빠졌다.
중동발 리스크도, 업황 부진 때문도 아니다. 이번엔 경영 구조적측면의 이슈때문이다.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간 경영진의 인사교류가 심화되면서 양사 합병설이 증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9일 " 현대엠코와의 합병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전제로 현대건설에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 손실을 우려하는 게 또 다른 현실이다.
현대건설 고급인력의 현대엠코로의 이탈,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엠코를 키우는 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실적부진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건설 주가는 이에 5월 내내 약세를 이어가다 5월말 6월초 잠시 반등하는가 싶던 주가는 최근 다시 주저앉았다. 전일 기관이 실망매물로 80만주 이상을 쏟아내자 주가는 6.66% 급락, 8만원선이 붕괴됐다. 9일 장중에는 외국인마저 물량을 쏟아내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주식시장에선 최근 현대엠코와의 합병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양사 합병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대건설의 경영리스크가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았다고 해석한다.
KTB투자증권 백재욱 연구원은 "최근 현대엠코와 합병설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2/4분기 실적전망이 부정적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리며 주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엠코와의 합병을 위해 현대건설 실적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고, 건설의 고급인력을 현대엠코로 보낼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동부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간 규모의 갭을 줄이기 위해 엠코를 키우다보면 상대적으로 현대건설이 손해를 입게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특히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포커스를 맞출 경우 여러 측면에서 현대건설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 불안감의 단초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에 대한 인사교류 본격화가 신호탄이 됐다.
최근 현대건설은 김중겸 전 사장이 물러나고 정수현 현대엠코 사장이 선임됐다. 또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창희 부회장과 이정대 부회장 등이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반대로 현대엠코 신임사장에는 현대건설 손효원 부사장이 임명됐다. 양사간 인사교류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주식시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보다는 현대엠코의 성장전략에 포커스를 두고, 결국 이것이 양사 합병을 위한 수순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당시 엠코와의 합병을 하지 않을 것이며 경영권 승계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기의 문제지 결국 양사 합병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사 합병비율 등을 어느 수준까지 맞추려면 현대건설이 상대적으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현대엠코는 향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지금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낮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하고 모비스 지분은 1만주도 안될 정도로 미미하다. 결국 정 부회장이 지분 25.06%를 보유한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을 합병한 뒤 주식을 판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지분을 인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짓는다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물론 당장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무리수가 따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과 순익규모는 각각 11조 2170억원, 5426억원. 반면 현대엠코는 1조 2415억원, 673억원이다.
규모에서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만일 현 상태에서 합병이 추진되면 현대엠코 지분 25.06%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 합병후 받게되는 지분가치가 크게 훼손된다.
임은영 연구원은 "양사 합병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는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매출과 수익 기준으로 차이가 극심하고 시장내 위상은 이보다 더 차이가 난다. 합병을 위해선 엠코를 한참은 더 키워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도 "엠코가 커져야 현대건설과의 합병도 가능해진다. 다만 최근 양사 인사교류 등에 따라 현대건설의 경영 스타일이 바뀌고 이런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네거티브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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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