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안나 기자]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비용 대비 미흡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수합병과 합작벤처 설립 등을 통한 중국의 해외 진출 행보에 대해 불필요하고 위험하기만 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들 가운데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은행(BoC) 등 막대한 순익과 예금액을 갖춘 대형 국영은행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업계 1위인 ICBC의 경우 지난주 본토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인도에 지점을 열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은행업계 발전에 재원을 집중하라는 권고가 나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미즈호증권의 제임스 안토스는 "ICBC는 지난 5년간 해외 투자액으로 총 95억 달러를 쓰고도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돈을 낭비하지만 않았다면 순익이 3.5%나 늘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에 따르면 ICBC의 중국 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22% 수준으로, 해외 사업부가 기록한 14%보다 높다. 국내 사업에 치중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JP모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시장에 대해 "중국 은행들은 거대하고 환상적인 시장을 갖고 있다"며 "향후 10~20년 내 큰 노력 없이 주주들을 위해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외국으로 나가게 된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해외 인수합병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위안 표시의 금융상품들을 출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ICBC의 경우, 지난 1월 동아시아은행의 미국 사업부를 1억 4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2008년에는 아프리카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그룹의 지분 20%를 56억 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또 향후 유럽 지점을 5개 이상 열 계획이며, 페루와 브라질 등에는 이미 개설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BoC의 경우 중국 이외 지역에 총 711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이달 초 캄보디아 지점을 새로 오픈하는 등 역시 활발히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중국 은행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거둬들이고 있어 미국과 유럽 같은 성숙한 시장에 진출할 경우 매우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베이징 대학의 마이클 페티스 교수는 "런던과 뉴욕에 지점을 개설한다는 프라이드는 있겠지만, 이미 확고한 기반을 갖춘 세련된 미국과 유럽 은행들과 맞서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초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것 외에 무슨 무기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 시도에 대해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국가적 전략 차원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민생은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UCBH의 지분을 10% 추가 인수하여 50%로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중국 은행들의 높은 지분율 확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미국 규제당국에 의해 결국 좌절된 바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뱅킹 애널리스트인 메이 얀은 "특히 미국 은행들을 인수하려 할 경우 정치적 규제와 장애물이 많아 도저히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울 정도"라며 "따라서 최근엔 신흥시장에 대한 시도가 훨씬 많은 편"이라고 논평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과 관련해 중국의 성장세에 초점을 두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진출하도록 권고한다.
선진국에 비해 신흥시장은 덜 포화된 상태인 데다 교역 및 대외원조 등에서 이들과 오랜 관계를 형성해온 데 따른 이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은행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중국 은행들보다 더욱 세련된 데다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중국 은행들이 굳이 이들 지역으로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충고했다.
ICBC의 경우 선진국으로 활발히 진출하면서도 신흥국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장젠칭 ICBC 회장은 "앞으로 수년간 이머징 국가들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며, 지역 선정에 경제적 잠재력과 성장률 그리고 중국과의 교역 규모 등을 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용 부담이 크고 단기 내 수익 확보가 어렵지만 중국 은행들은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꾸준히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중국수출입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단골 고객을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