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로존 주변국들에 대한 위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로 예정된 포르투갈의 국채 입찰 결과가 부진할 경우 유로존의 채무 위기의 또다른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르투갈의 경제 상황이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유로존 주변국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우려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오는 12일 최소 7억5000만 유로에서 최대 12억5000만 유로 규모의 10년물 채권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 국채 수익률은 유로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7%대의 수익률을 넘어서고 있어 충분한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 경제가 높은 재정적자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긴축정책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르투갈 외에도 이번 주 유로존 주요국들이 발행하는 소버린 채권 물량이 과다한 수준이어서 포르투갈 채권은 시장의 충분한 수요를 이끌어내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이 유럽 자금시장에서 자체 자금조달이 힘들어질 경우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
◆ EU 주요국, 포르투갈 구제금융 압박?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최근 몇 주 동안 포르투갈에 EU-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을 결정해야 하는 국면은 아니지만 상황은 급격히 변할 수 있고 포르투갈의 자금 조달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7일로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포르투갈의 재정 불안 문제를 다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중반 그리스에 대한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직후 설립된 유럽금융안정성기금(EFSF)의 규정에 따르면 해당 국가가 먼저 구제금융 신청서를 제출해야만 자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아일랜드가 처음으로 자금지원을 신청해 EFSF 자금 675억 유로를 포함한 구제금융이 지원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아일랜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일랜드 금융권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압력을 받은 뒤에야 EFSF 자금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유럽 주요국 당국자들은 포르투갈의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 내각이 정치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도 EU와 IMF의 구제금융 자금 지원 결정 전후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각되는 등 정권이 야권과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며 지지도에서도 크게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포르투갈에 대한 독일이나 프랑스의 압력이 없을 경우 새로운 금융 위기 국면이 나타나면서 스페인과 벨기에와 같은 나라들의 재정 여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스페인도 구제 금융? 독일 입장이 관건
지난해부터 스페인의 구제금융은 유로존의 존립 여부를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유로존 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나라다. 따라서 스페인에 대해 2년간 구제금융 자금이 투입될 경우 EU와 IMF의 구제금융 자금이 동날 수도 있다.
스페인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도 현재로서는 스페인의 구제금융은 필요치 않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은 비교적 공공 채무 수준이 낮은 편이며 재무상태도 다른 주변국들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투자자들은 스페인 소버린 채권에 대해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현재의 유로존 내 구제금융 자원이 충분치 못해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EFSF 자금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추가 자금 출연에 대해서는 자국 내 민심의 반발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많은 독일 유권자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실패를 구제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럽의 금융시장에서도 EU 주요국들이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계획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채권 가격도 더 큰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제시한 유럽공동채권의 발행 방안을 현재의 낮은 자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유로존 주변국들의 긴축 의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거부하고 있다.
다만 독일도 최근 강경론자였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어떤 조치도 단행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는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의 독일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